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오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도 "2·4부동산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며 당장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해 여권에서 변 장관 경질론이 커지는데도 변 장관이 주도한 2·4부동산대책이 표류할 것을 우려한 소극적 경질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인한 국민 여론이 겉잡을 수 없이 악화하자 결국 '시한부 유임'이라는 고육지책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LH발 투기 의혹이 다음달 7일 서울·부산 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탓이다.
'어정쩡한 경질'을 택했으나 사의는 수용한 만큼 '변창흠표 부동산대책'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사의 수용으로 급한 불 끈 문 대통령
청와대에 따르면 변 장관은 이날 오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사의를 표했고 이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거쳐 문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을 때만 해도 사의 표명 여부에 대해 "아직 없다"며 "LH 사태로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게 최대한 대안을 만들고, 근본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초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변 장관을 쉽게 경질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문 대통령이 투기 의혹 사태가 터진 뒤에도 공공주택 공급론자인 변 장관이 주도한 2·4대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거듭 강조해왔던 탓이다.
하지만 11일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의 1차 조사 결과를 두고 "변죽만 울린 수박겉핥기"라는 국민적 분노가 커지자 어쩔 수 없이 교체 필요성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합조단 조사 결과 총 20건의 투기 의심 사례 중 11건이 변 장관이 LH 사장 재임 시절 벌어졌던 사실이 드러난데다 변 장관 해임에 대한 민주당의 요구가 거세진 것도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낙연 위원장은 당 대표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변 장관의 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에게 국무위원 해임 권한을 갖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도 11일 변 장관에 대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위원장의 향후 대선 행보가 이번 보궐선거 승패에 달려 있다는 점을 문 대통령이 고려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2일 불거진 경남 양산 대통령 사저 농가 형질 변경 의혹에 대해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라.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이 선거 시기임을 대통령 스스로도 자각 하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 장관 교체는 언제? 보궐선거 전? 후?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며 교체 시기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4대책 관련 기초 작업을 끝내고 퇴임하라는 뜻"이라면서도 "시기를 딱 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2·4대책 관련 예산안과 부수 법안은 2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달 공공 주도의 부동산 공급 후보지역을 발표하고 다음달 중에는 15만호 신규 공공택지 입지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변 장관 교체 시기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조차 4·7보궐선거 전인지, 이후인지를 두고 혼선을 빚고 있다.
여기에는 결정을 미루면서 시간을 끄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검찰 고위 인사안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사의 수용 여부를 분명히 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한편,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의 메시지가 행여 정권에 불길이 번질까봐 변 장관 혼자 책임지라는 '꼬리자르기'는 아니길 바란다"며 "대통령께서는 이 사태에 대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사과와 함께 전면적인 국정 쇄신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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