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대구대교구 제8대 교구장을 지낸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가 14일 선종(善終)함으로써 한국 천주교회와 지역사회는 '큰 별'을 잃었다. 이 대주교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참 종교 지도자으로서 가톨릭 신자는 물론이고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은 큰 어른이었다. 그가 성직자로서 한국 천주교회와 대구대교구에 남긴 족적은 너무도 크며, 은퇴 후 성직자로서 보여준 모습 역시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1972년 37세 나이에 우리나라 최연소 주교로 서품된 고인은 1986년부터 천주교대구대교구 제8대 교구장으로 재임하면서 오늘날의 대구대교구 기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5개 대리구 체제를 한국 천주교회 최초로 도입했으며 관덕정 순교자 기념관 건립, 한티순교성지 개발 등 업적을 여럿 남겼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등을 지냈다. 고인은 교회의 순수 영성 추구를 무엇보다 강조했다. 사회가 물질만능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성직자와 교회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고 스스로 이를 엄격히 지켰다.
2007년 교구장 직을 사임한 이후 고인이 보여준 삶의 행적은 또 다른 형태의 '깊은 울림'을 지역사회에 줬다. 2008년 암 수술 이후 그는 봉사 활동과 영적 묵상을 담은 시집 등으로 지역민, 소외 계층과 소통했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면서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자원봉사에 나섰다. 삶과 죽음의 마지노선에 서 있는 말기 암 환자들의 벗이 되어주고 이들을 보살폈다. 고인의 호스피스 활동은 '아름다운 동행' 등과 같은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대주교의 생전 행보는 사회와 종교가 어떻게 교감하고 교회가 어떤 모습으로 지역사회에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고인은 고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대구경북 지역이 낳은 대표적 '종교 지도자'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 대주교는 떠났지만 그의 가치관, 삶의 자세를 이어나가는 것은 이제 가톨릭교회와 지역사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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