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구청 전자민원창구에는 지난해부터 특정 민원인이 쓴 글이 800건이 넘는다. '감사실 폐쇄하라', '재활용쓰레기 처리하라' 등 이 민원인은 비슷한 내용의 민원을 10년 이상 제기하고 있다.
해당 구청 관계자는 "본인 기준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이라며 "반복적인 민원의 경우 내부 종결을 할 수 있지만, 작정하고 관철될 때까지 계속 민원을 넣으면 답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밀리고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했다.
노골적인 반복 민원, 폭언, 협박 등을 일삼는 일부 민원인들 탓에 공무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악성 민원 건수를 자체적으로 집계하고 있지는 않지만, 코로나 이후 폭언·협박 등을 하는 민원인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21일 대구시에 따르면 민원처리시스템 '두드리소'에 접수된 지난 1월 민원은 1만7천21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1천747건보다 885%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3월엔 한 구청의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부서에 흉기를 든 40대 민원인이 찾아오는 사건도 있었다. 사회보장급여 처리기한이 남았지만, 지급이 빨리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담당 공무원은 "점심시간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없을 때 칼로 위협하는 사건이 일어나 너무 공포스러웠다"며 "전화로 폭언을 일삼다가 찾아와 4~5시간 동안 따지는 등 악성 민원으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했다.
주차 위반 단속을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주차 위반으로 과태료를 물었더니, 그 이후부터 '저 차도 주차 위반했는데 왜 단속 안 하느냐', '일 똑바로 안 하느냐', '과장한테 연락하겠다'는 등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했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행정기관에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다른 민원인에 대한 민원 처리를 지연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 공무집행 방해 요건이 까다롭고, 표를 의식하는 민선 단체장의 눈치 때문에 시민들 상대로 고소·고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민원 공무원들의 얘기다.
조창현 전국공무원노조 대구경북본부장은 "악성 민원인은 반복적인 게 특성이기 때문에, 법적인 조치를 앞세우는 대응은 되레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대민 업무를 담당하는 관공서에 청원경찰 등 안전요원을 배치해 사전예방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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