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닭장→돈사' 봉화군, 쪼개기 축종변경 의혹

전국 최대 양계단지에 허가 논란
'사전환경성 검토' 받지 않고 사육 제한구역 개정 前 바꿔
주민들 "합법 가장 돈사 신축"…郡, 문제 불거지자 감사 착수

도촌양계단지에 들어선 돼지 돈사 모습. 마경대 기자
도촌양계단지에 들어선 돼지 돈사 모습. 마경대 기자
봉화 도촌양계단지 내에 돼지 돈사로 축종 변경된 1·2·3 농장 위치. 3개 농장이 붙어 있다. 위성 사진 캡처
봉화 도촌양계단지 내에 돼지 돈사로 축종 변경된 1·2·3 농장 위치. 3개 농장이 붙어 있다. 위성 사진 캡처

경북 봉화군이 전국 최대 산란계 밀집단지인 도촌 양계단지에 돼지 돈사를 허가해줘 말썽이다. 특히 쪼개기 방식 허가 의혹과 계사를 구입해 돈사로 매매한 투기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양계단지를 돈사로 바꾸면서 사전환경성 검토를 피하기 위해 쪼개기 방식으로 허가한 의혹이 있다"며 "이 농장은 가축사육 제한구역 조례안이 입법 예고되기 직전, 축사구조가 180도 다른 돼지 돈사로 허가됐다. 정부가 양계단지로 허가해 놓고 각종 혜택을 준 곳인데 어떻게 돈사로 변경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 높였다.

또 "양계단지에 돈사가 들어오면 겨울에는 AI방역(닭), 여름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구제역 방역(돼지) 등으로 1년 365일 교차 방역을 해야 한다. 주민 생존권마저 말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동물사육시설의 경우, 사육시설 면적 5천㎡와 부지면적 1만㎡를 초과하면(계획관리지역) 사전환경성 검토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농장도 전체 부지 2만389㎡에 건축면적 1만662㎡로 축종 변경시 사전환경성 검토 대상이다.

돈사로 탈바꿈 하기전 양계장 모습. 마경대 기자
돈사로 탈바꿈 하기전 양계장 모습. 마경대 기자

특히 A농장은 사전 환경성검토도 받지 않고 가축사육 제한구역 일부 개정 조례안의 입법 예고(2019년 3월 21일)를 앞둔 2018년 10월 도촌리 544-1번지(6천862㎡·3농장), 지난해 2월 도촌리 566-8번지(부지 7천208㎡·1농장), 지난해 3월 도촌리 566-9번지(6천341㎡·2농장)를 3개 농장으로 분리해 계사에서 돈사로 축종 변경 허가를 일사천리로 받았다.

허가를 받은 A농장은 지난해 2월 28일 B농업법인으로 3개 농장 모두를 이전했고 B농업법인은 다시 지난해 11월 6일 3개 농장의 가축분뇨처리시설을 1·2·3농장이 공동 사용하겠다며 1농장의 가축분뇨처리시설 20㎥를 60㎥으로 변경 허가를 신청, 봉화군은 7일만인 11월 13일 전격 허가했다.

돈사 내부 모습. 마경대 기자
돈사 내부 모습. 마경대 기자

봉화군이 허가한 통합 가축분뇨처리시설 60㎥은 돼지 1만2천여 두(1마리당 5.1ℓ)를 사육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다.

그러나 봉화군이 공개한 통합 가축분뇨처리시설 허가서류에는 3개 농장의 사육시설이나 사육두수 규모는 표기하지 않고 기존에 허가난 3농장의 사육시설 3천503㎡와 사육두수 2천500두를 그대로 표시한 채 가축분뇨처리시설을 20㎥에서 60㎥로 변경해 줬다.

단 서류 하단에 공동정화시설 공동처리대상으로 1·2·3농장이라고만 표시해 놓아 편법을 과장한 특혜란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B농업법인은 계사 9동 가운데 6동은 계사에서 돈사로 개조한 상태다. 이 계사는 당초 철파이프로 된 개방형 건축물이다. 그러나 돈사는 기존 계사 철파이프 외벽기둥에 콘크리트 옹벽(3m)을 설치하고 벽돌을 쌓아 외벽을 마감한 뒤 슬레이트 지붕 위를 판넬을 마감, 돈사로 개조했다. 이 과정에 건축허가는 받지 않았다. 봉화군 건축담당은 "이런 방식은 대수선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합법을 가장한 돈사 신축이다. 철파이프 슬레레트 건축물이 콘트리트 건물로 바뀌였는데도 허가없이 받을 수 있느냐"며 "개방형 닭장이 밀폐형 돈사로 변경되면 소방착공신고를 해야 되지만 이 농장은 지금껏 소방착공신고도 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봉화군은 "허가는 정상적으로 나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지자 봉화군은 감사에 착수했다.

봉화 도촌양계단지는 정부가 지난 1992년 양계단지로 허가한 곳으로 전국 최대 산란계 밀집지역으로 산란계 150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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