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식당 '무인계산기' 급증…"휠체어 탄 우린 어떡하죠?"

코로나모 '키오스크' 등 비대면 서비스 늘지만…장애인은 이용 불편
움직임 더딘 사람·노인들도 불편…화면 터치 어려워
지역 시민사회단체 "코로나19로 키오스크 늘어나지만 장애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아"
장애인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수준 평균 59.82점…음식점·페스트푸드점 평균보다 낮아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장애인들은 9일 키오스크나 드라이브 스루 등을 사용하면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접근권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혁규 인턴기자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장애인들은 9일 키오스크나 드라이브 스루 등을 사용하면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접근권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혁규 인턴기자

'코로나 이후 늘어나는 무인단말기, 우리는 어떡하죠'

9일 오후 1시쯤 대구 중구 한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 지체장애인 이민호(39) 씨는 이곳 키오스크 앞에서 멈칫거렸다. 휠체어를 탄 그가 화면을 누르기에는 키오스크 화면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팔을 뻗어 메뉴를 고르려 했지만 화면은 금세 초기화됐다. 같은 날 도시철도 1호선 반월당역 스마트 무인예약 대출반납기에 책을 반납하는 과정 또한 수월하지 않았다. 회원 정보를 입력한 뒤 뜬 '확인' 버튼은 그가 닿을 수 없는 화면 맨 꼭대기에 있었다. 도서 반납구 중 일부 또한 팔을 최대한 뻗어도 닿기 어려웠다.

코로나19로 인해 키오스크·드라이브 스루 등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지만 장애인과 노인들이 이용하기에는 쉽지 않다.

지난 2019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무인정보단말기 정보 접근성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노인의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수준은 평균 59.82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점·카페·페스트푸드점의 접근성 수준은 50.5점으로 무인정보단말기가 설치된 장소 중 가장 점수가 낮았다.

장애인들의 경우 비대면 서비스의 소통 수단이 이용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 청각장애인인 장세일(34) 씨는 "드라이브 스루로 주문하는 곳에서는 음성으로만 주문을 받기 때문에 음료 받는 곳으로 가서 필담으로 주문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기업들이 장애인을 소비자로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움직임이 불편한 사람에게도 키오스크는 불편하다. 지적장애·뇌병변 장애가 있는 김운용(46) 씨는 "불편한 손으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것도 힘든데 높이도 높고 장애인용 화면도 작아서 메뉴 주문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인들도 키오스크와 같은 비대면 서비스 장치 앞에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대구 중구의 프랜차이즈 도시락점에서 만난 A(70) 씨는 "화면에서 뭘 누르라고 하는 안내를 따라가지 못해 그냥 카운터에 가서 주문하거나 점원의 도움을 받는다"며 "세월이 더 지나면 밥도 못 사먹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단체들이 시정 요구에 나섰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키오스크 등 비대면 서비스 시장이 확장되고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아 차별과 배제가 확대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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