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분만 시설 태부족해 아기 낳기 힘든 경북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분만 취약지역 30곳 가운데 8곳이 경북 북부 지역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만 취약지역은 분만 가능 의료기관까지 1시간 내에 도달하기 어려운 가임여성 비율이 30% 이상이면서, 1시간 이상 떨어진 분만 의료기관 이용률이 70% 이상인 시·군을 가리킨다. 의성 청송 영양 봉화 군위 등 경북 북부권 시·군은 임산부들에게 의료 인프라 오지 중의 오지인 것이다.

이곳에도 산부인과의원이 없지 않지만 상당수는 부인과 진료나 출산 전 검진 위주로 운영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 지역의 산모들은 아기를 낳거나 산후조리를 위해 안동 또는 대구까지 가야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경북 북부권에는 15개월 미만의 영유아 진료를 해 주는 곳이 안동의 2개 종합병원밖에 없다 보니 아이를 낳기도, 키우기도 버겁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분만 취약지의 평균 유산율은 4.55%로 비(非)분만 취약지(3.56%)보다 높다. 청송의 경우 평균 유산율이 무려 7.5%나 된다고 한다. 요즘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북 북부 지역 산모들의 고통과 불편이 더 커지고 있다. 최근 경북 북부권에서 유일하게 소아과 진료와 분만이 가능한 안동의 한 종합병원 산부인과 병동에서 산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바람에 병원 업무가 일부 마비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가장 기초적 출산 인프라조차 없는데 출산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다. 경북이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인구 자연 감소율이 가장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분석한 소멸위험지수에서도 상위 10곳 전국 시·군 가운데 경북 북부권 지자체가 7곳이나 된다. 아기를 낳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분만 시설조차 제대로 없는 의료 오지에서 가임 여성들이 살고 싶겠는가.

지난 15년간 정부가 쏟아부은 저출산 대책 예산은 무려 225조 원이나 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 낙후 지역 분만 시설 인프라 개선에 과연 얼마만큼의 공을 들였는지는 의문이다. 저출산 종합대책을 수립한 2005년 당시 1.07이던 합계출산율이 2020년 0.84대까지 떨어진 것은 정부 정책의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경북 북부권 같은 분만 의료 인프라 낙후 지역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실효적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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