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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3년새 2.7배 성장…대구 업체는 "남의 잔치"

규모 설비면에서 영세 많아…대형마트, 편의점 입점 대신 골목식당·술집에 남품 의존
코로나19로 치명적인 타격 "온라인 판매 허용을" 하소연

6일 중구 대봉동의 대도양조장에서 만난 정만기 대표는
6일 중구 대봉동의 대도양조장에서 만난 정만기 대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신중언 기자

대구지역의 수제맥주 업체들이 끝을 모르는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홈술' 바람을 타고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소규모 지역 업체는 이를 전혀 체감할 수 없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시장에서 국산 수제맥주의 규모는 1천180억원으로 나타났다. 2017년 433억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7배 성장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편의점에 캔 수제맥주를 납품하는 업체들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업계 최초로 국내 5대 편의점에 입성한 제주맥주의 매출은 2017년 22억원에서 2020년 335억원으로 15배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지역 수제맥주 양조장 입장에서 이는 먼 나라 이야기다. 규모나 설비 면에서 경쟁력을 갖춰 편의점에 입점한 대형 수제맥주 업체와 달리, 식당이나 술집에 맥주를 공급하는 지역의 소규모 업체들은 오히려 코로나19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대구 달성군에서 소규모 수제맥주 양조장을 운영하는 대경맥주는 지난해 회사 설립 이후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주로 지역의 식당이나 술집에 생맥주를 납품하는 대경맥주의 지난해 맥주 출고량은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문준기 대경맥주 대표는 "생산하는 맥주 대부분을 오프라인 매장에 납품하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나 영업 제한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편의점 진출은 대규모 생산 규모, 자동화 캔 포장설비를 갖춰야 하는 등 최소 3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 엄두조차 못 낸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문을 연 지역의 수제맥주 업체 대도양조장 역시 최근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해 위기에 처했다. 정만기 대도양조장 대표는 "작년 3월부터 지역 매장들의 발주량이 점차 줄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처음으로 수제맥주를 팔기 시작한 2019년의 절반 수준도 못 미친다"며 "홈술이 트랜드라지만 우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존폐 위기에 놓인 수제맥주 업계는 수제맥주의 온라인 판매 허용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하소연한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전통주를 제외한 술을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통해 판매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지난 2월 성명서를 내 "소규모맥주제조자들이 비대면 시대에 스스로 자생력을 확보하고, 대형업체가 아니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이 소규모맥주제조자에게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 주는 것"이라며 "존폐의 위기에 내몰린 수제맥주업체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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