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같은 교감 선생님이 둘이다. 안경테, 머리 모양, 옷차림만 다를 뿐이다. 그 아내들이 모두 교편을 잡고 있는 점도 같아 더욱 눈길을 끈다. 쌍둥이 형제 교사는 서로를 인생의 동반자이자 스승이라 말한다. 대구 대청초등학교 장일성(52·형) 교감과 신암초등학교 장용성 교감(동생) 얘기다.
쌍둥이 형제는 30년째 함께 교단을 지켜왔다. 서른 번째 스승의 날(15일)도 함께 맞은 셈. 외모, 성격뿐 아니라 삶의 궤적까지 닮았다. 경북 의성에서 자라며 같은 초·중학교에 다녔다. 대구에서 다른 고교로 진학했을 뿐 대학은 또 같은 곳(대구교대)을 택했다. 교사 발령일(1991년 3월 1일), 교감 발령일(2018년 3월 1일)도 같다.
형제는 "고교시절과 결혼 생활 빼곤 늘 함께였다. 감기 등 병도 똑같이 걸렸고, 함께 놀다 보니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 취미도 같다. 학창시절 성적까지 비슷했다"며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가족이자 '절친'인 셈"이라고 했다.
각자 꾸린 가족도 닮은 점이 있다. '교사 가족'이라는 게 그것이다. 형과 동생의 아내들 모두 초등학교 교사다. 근무지만 모두 다를 뿐이다. 형의 처제도 교사. 동생의 아들은 예비교사(공주교대 재학)다. 현재 형제가 사는 집도 서로 가깝다.
쌍둥이라 겪은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각자 근무하는 학교의 육상부 지도를 맡았는데 대구시대회가 열리는 시민운동장에 육상부와 함께 갔다가 시선을 한데 모았다. 형 학교의 운동부 학생들은 동생 학교 응원석, 동생 학교 운동부 학생들은 형 학교 응원석으로 모여들어 지도교사의 얼굴을 쳐다봤다. 닮아도 너무 닮은 쌍둥이 교사가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장일성 교감은 "결혼할 때도 처갓집 장인, 장모님이 우릴 보고 좀 당황하신 것 같았다. 그런 일을 겪은 게 여러 번"이라며 "나도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다. 동생이 '50년을 형으로 살았으니 이제 형과 동생을 바꾸자'고 했다"고 웃었다.
함께 교단이 서는 건 여러모로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학생을 지도하고 학습하는 방법을 공유한다는 점. 육상부 지도 방법, 컴퓨터 활용법을 함께 고민하고 연구했다. 서로가 서로의 스승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 사연이 매일신문 2013년 5월 15일 자 지면에 보도됐는데 이젠 함께 교감이 돼 학생들을 만난다.

둘은 교장과 교사 간 가교 역할을 하고 학교 안팎의 일을 챙긴다. 장용성 교감은 특히 아침마다 등굣길을 순회하면서 학생들이 위험한 장난을 치는지, 주변이 안전한지 살핀다. 초등학교 시절 골목길을 지나는 대형버스에 깔리는 사고를 겪은 적이 있어 더욱 신경이 쓰인다. 북구청 교통과에 건의해 어린이보호구역이 확대되게도 했다.
형제는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면 환한 꽃처럼 이쁘단다. 초임 교사 시절 그랬지만 지금도 그렇다고 한다. 그런 만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도 아직 많다. 지적, 기능적, 정서적인 면이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돕고 싶어 한다. 독서와 다양한 체험활동, AI 교육 등으로 창의성과 융합적 사고력도 길러주고 싶다.
이들은 "인성도 중요하다. 인성은 사람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 덕목이자 모든 사회활동의 토대다"라며 "최근 각종 폭행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인성을 잘 가꿀 수 있게 지도해 자기 분노를 조절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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