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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간병하던 아들 살해한 80대 '치매 노인'…"기억이 없다"

26일 대구지법 잠자던 아들 살해하고 아내 폭행 80대 첫 재판…"아들 죽은지 몰라"
법원, 정신감정 실시 후 추후 재판 진행하기로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자신을 간병하던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치매 노인이 첫 재판에서 범행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피고인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 정신 감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26일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상오)는 집에서 잠을 자던 아들을 살해하고 범행을 신고하려던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A(81) 씨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인적 사항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A씨는 자신의 생년월일과 직업은 제대로 답했지만, 살던 아파트의 호수는 정확히 말하지 못했다.

치매를 앓는 A씨는 지난 4월 2일 대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잠자던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전날 주간보호시설에서 귀가를 거부하는 자신을 아들이 강제로 집에 데려온 데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40대인 아들은 아버지의 간병을 위해 A씨의 집에 머무르며 함께 생활해왔다. 범행 당시 A씨는 경찰에 신고하려는 아내의 얼굴을 때려 타박상을 입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소 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A씨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아들이 죽었는지 모르겠다. 왜 재판을 받는지도 모른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날 A씨의 변호인은 재판부에 "피고인이 변호인도 알아보지 못하며, 공소 사실에 대해 알려줘도 '그런 사실이 있었다면 처벌을 받아야지'라고 말한다. 아들이 사망한 일과 아내가 다친 사실을 아예 모르는 상태"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위해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 감정을 실시한 뒤 추후 재판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 부장판사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는데, 피고인의 표정 등을 보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정신 감정을 한 뒤 추후 재판 기일을 지정하겠다"고 했다.

한편 유사한 사례로 지난 2015년 9월 서울고법은 요양원에서 함께 지내던 환자를 살해한 80대 중증 치매 노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이 살해한 것은 맞지만 사건 당시 사물 변별 능력 및 의사 결정 능력을 잃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폭력적인 증상의 치료를 위해 치료감호는 필요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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