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땅끝에 서다/ 그 싱숭생숭했던 봄날/ 단 한 번의 꽃 몸살/ 철없는 사랑은 흉터를 남겼지만/ 끝내, 훈장이 될 아들도 남겼다/ 위기에 처하자 도마뱀 남자는/ 꼬리를 자르고 사라졌다…인연이 짧았을 뿐이라며/ 순정에 때 묻힌 그 남자 미워하지 않았다/ 쉬운 길 가지 않고/ 바른 길 택한 저 위대한 어머니/ 하루보다 더 긴긴 하루(18쪽. 아모르파티 1-미혼모 K에게)
해인 스님은 시집 '비로소 별이 되는가?' 머리말에서 "팔자에 묶여 있는 여자들, 그 팔자라는 걸 방생시키고 싶어 상담실을 다녀간 여자들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엮었다"고 했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 시인은 여성들의 억압적인 삶에 연민을 느끼면서, 여성들의 질곡 많고 그늘 많은 삶을 다채롭게 조명하고 대변한다.
시인이 여성들의 실제 삶의 어려움을 상담하고 느낀 바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 시집은 핍진성을 갖고 있다. 여성들이 감내하고 있는 사회적 편견, 억압, 폭력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상처받은 이 땅의 여성들을 위로하고 여성들이 사회적 부조리로부터 해방되길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용락 시인은 시집 해설에 "미혼모라든가, 결혼에 실패한 인생, 남자 때문에 고통받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때론 분노하고 때론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는 내용을 시로 썼다"며 "이 시집엔 운명에 휘둘리지 말고 그 운명을 사랑하라는 위로와 격려가 있다"고 적고 있다.
이러한 아픔과 위로는 표제시에서 잘 드러난다.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고향도 버리고, 늙은 부모와 생때같은 자식도 버리고, 한솥밥 먹던 형제도 버렸다. 간도 잘라 내고, 자궁도 들어내고, 쓸개도 오려 내고, 심장도 도려내고, 태아도 살해하고…엄마, 말해 줘요/ 사는 게 뭔데 이렇게 아픈 거야/ 별꼴을 다 봐야 비로소 별이 되는가?'(13쪽. 비로소 별이 되는가? 1)
추천사에서 이하석 시인은 "첫 시집 '시님이 무신 죄가 있겠노?'에서는 단도직입적인 언어구사를 통해 수행자로서의 매서운 결기를 보여 주었는데, 이번 두 번째 시집에선 그러한 시각이 보다 더 구체적인 사연들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도종환 시인은 "가혹한 운명의 파도에 휩쓸린 여성들의 눈물과 상처의 흔적을 보듬어 주는 시집"이라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승려인 시인은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불교학과를 졸업했고 충북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몽골의 페미니스트 왕비들' 등이 있다. 140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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