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올린 트위터 글이 큰 화제를 불렀다. '부끄러운 우리의 백신 자화상'이라는 글이다. "우리가 어쩌다가 국군 장병 55만 명분의 백신을 미국으로부터 원조받았다고 감읍해 하는 나라가 되었나? 개념 없는 정치야, 무능한 정부야, 비겁한 전문가들아! 이것은 자화자찬할 성과가 아니라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수위가 여간 세지 않다. 반말체를 쓴 것부터가 작심하고 나선 비판임을 짐작게 한다. 240만 대구 시민의 수장이 격조 있으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정부를 비판하고 훈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여·야 할 것 없이 지자체장은 중앙정부에 아쉬울 것이 많은 입장이어서 말을 가리는 편인데, 권 시장은 유독 왜 이렇게 거친 톤으로 이 문제로 대통령과 정부를 저격했을까.
추론해 보자. 권 시장 트위터 글은 최근 뜨거운 논란을 빚고 있는 대구시의 화이자 백신 '직구' 소동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 와서 대구시와 메디시티협의회는 발을 빼는 분위기이지만 이달 초까지만 해도 화이자 백신 3천만 명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자체가 나서 화이자 백신 3천만 명분을 확보하는 마당에 정부가 고작 55만 명분 백신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약속받았다고 자랑하는 것 자체가 가소롭게 비쳤을 수도 있다.
권 시장은 자신이 올린 분노의 트위터가 필화(筆禍)의 빌미가 되어 되돌아올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화이자 백신 구입과 관련해 온갖 비난과 조롱이 그와 메디시티협의회에 쏟아지고 있다. 대구 이미지도 추락하고 있다. "부끄러워서 대구에 살 수 없다"는 국민 청원이 등장하고, 대만에서는 "대구처럼 백신 사기를 당해서 안 되니 반면교사를 삼자"는 방송마저 나왔다.
백신 확보 전쟁에서 민·관이 힘을 보태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욕심이 앞서면 판단이 흐려진다. 3천만 명분 화이자 백신이 뉘 집 강아지 이름인가. 상식선에서 의심했어야 했고 성급히 자랑할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백신 수급 불안 상황을 노린 국제적 사기 행각이 횡행하고 있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정부의 사실 확인 경과를 지켜봤다면 해프닝으로 지나갈 사안이었다. 섣부른 홍보 및 치적 욕심이 화를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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