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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수 기자의 클래식 산책] <22>실연의 아픔 달래려 작곡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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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리오즈(1803~1869년)의 '환상교향곡'은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작품이다. 당시 무명이었던 베를리오즈를 단숨에 최고의 주목을 받는 작곡가로 부각시킨 환상교향곡은 그러나 제목처럼 '환상적'이지만은 않다. 이루지 못한 쓰라린 사연이 있다.

1827년 베를리오즈는 연극 '햄릿'에서 오필리아로 분한 아일랜드 출신의 여배우 스미드슨을 보고 그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베를리오즈는 불타는 사랑을 그녀에게 고백하지만 당시 인기 절정에 있던 스미드슨은 무명 작곡가 베를리오즈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활기를 잃고 시름시름 환상에 빠졌다. 우울과 고통, 절망적인 사랑, 공상, 찢어지는 가슴, 광기…. 사랑과 죽음의 절망 속에서 그는 탈진했다. 깊은 좌절에 빠진 그는 목적지도 없이 거리와 들판을 배회하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기이한 환상으로 가득한 꿈을 꾸게 된다. 그 꿈을 음악으로 풀어낸 것이 바로 '환상교향곡'이다.

'어느 예술가의 초상'이란 부제가 붙은 환상교향곡 5개의 악장에는 '꿈·열정', '무도회', '전원의 풍경', '단두대로의 행진', '마녀들의 밤, 축제의 꿈' 등의 표제가 붙어 있다. 각 악장마다 꿈에서도 잊지 못하는 사랑하는 여인 스미드슨의 모습이 등장한다. 1악장 '꿈·열정'은 환각에 빠진 예술가의 내면을 그렸다. 2악장 '무도회'에서는 예술가는 떠들썩한 축제를 즐기지만 그녀의 환상이 나타나자 다시 혼란에 빠진다. 3악장 '전원의 풍경'은 평화로운 석양 풍경 속에 두 명의 목동이 피리를 부는데, 멀리 천둥소리가 울리자 목동은 한 명만 남아 있다. 섬찟한 느낌에 예술가는 그녀가 죽었음을 직감한다. 4악장 '단두대로의 행진'에서는 예술가는 음독자살을 기도하지만 실패하고 애인을 죽인 죄로 교수대로 끌려간다. 5악장 '마녀들의 밤, 축제의 꿈'에서는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마녀들의 춤 한가운데 그녀가 있다.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에 이어 그레고리안 성가 중 '진노의 날'이 울려 퍼진다.

이 곡을 통해 베를리오즈는 사랑의 고통을 승화시키면서 서서히 되살아날 수 있었다. 스미드슨은 몇 년 뒤, 환상교향곡의 연주 때 왔다. 그녀는 교향곡의 주제에 놀랐고, 자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란 걸 깨닫고 크게 감동했다. 두 사람은 뜨거운 연인 사이가 됐고, 그리고 결혼에 골인했다. 그러나 결혼과 함께 '환상'도 깨졌다. 불같은 성격이었던 두 사람은 날이면 날마다 싸웠고, 빠르게 불타오른 사랑도 빠르게 식어갔다. 스미드슨은 인기가 시들어가면서 알코올 중독이 됐고, 두 사람은 결국 10년 만에 이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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