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 수사하겠다는 공수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친여 성향 시민단체가 제기한 고발을 근거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입건했다. 지난 2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윤 전 총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는데 4개월 만인 이달 4일 정식으로 입건 수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공개된 10일은 윤 전 총장이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35.1%로 최고치를 기록한 날이다. 이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파격적으로 승진해 검찰총장에 임명되는 일종의 발탁 은혜를 입었는데 야당의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는 일"이라며 '배신자 프레임'을 가동한 날이기도 하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설립 당시부터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을 빚은 공수처가 실제로 대선 과정에서 어떻게 '정치적'으로 작동하게 될지를 짐작게 해 준다. 윤 전 총장을 입건한 사건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그를 몰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을 때도 무혐의 처리했던 사안들이다. 고발은 두 건으로, 하나는 '옵티머스 수사 의뢰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것이고 또 다른 1건은 '한명숙 수사팀의 위증교사 감찰 방해' 의혹이다. 옵티머스 건은 지난해 추 전 장관 지시로 법무부와 대검이 합동 감찰을 벌였지만 결론이 없었고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 한명숙 건 역시 추 전 장관이 소집한 검사징계위원회에서 무혐의 처리했던 사건이다.

이렇듯 이미 무혐의 처리했던 일을 다시 들춰냈다는 것은 공수처의 중립성을 의심하게 한다. 감찰과 검사징계위에서 무혐의 처리한 사건을 시민단체의 고발에 근거해 수사 개시함으로써 공수처 스스로 대선 개입 가능성을 연 것이다. 이미 공수처는 지난 3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조사하며 공수처 관용 차량을 제공하는 등 황제 조사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때맞춰 여당 대표는 '배신자 프레임'을 씌워 거들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건 공수처건 잊고 있는 것이 있다. '검사 윤석열'을 유력한 야당 대선 후보로 키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현 집권 세력의 이런 맹목적 공격이었다는 점이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이 계속 의심받는 한 그 존립이 흔들리고 아이러니는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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