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신세계갤러리 이기성 개인전 '추상유희'

이기성 작
이기성 작 '겁(劫) Kalpa' 캔버스에 혼합재료, 162x130cm (2020년)

철(鐵)을 재료로 공간 속에서 숨을 쉬며 시간과의 작용을 자신만의 절제된 기법으로 화폭에 펼쳐 보이는 이기성 작가가 개인전을 열고 있다.

대구신세계갤러리는 '추상유희-이기성'전을 열고 철을 가루로 만들어 이를 녹여 고유의 기법으로 재료의 물성을 극대화한 회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기성은 용해되어 일정한 면적을 차지한 철가루에 갈변(褐變)의 신비가 퍼져갈 즈음, 이 과정이 멈추어지는 절정의 순간을 엿보다가 어느 순간 공기를 차단하는 피막을 두르고 화면에서 산화를 멈추게 해 영원의 형상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회화를 완성한다.

작가는 이러한 기법을 통해 재현의 탐구가 아닌 작품 전체성을 중요시 여겨 자신의 절대적 감정을 관람자에게 전하고 있다. 산화된 철의 색이 만들어 낸 화면은 다소 낯설고 단조롭게 보이지만 파헤쳐 볼수록 새로운 인식의 방향으로 우리를 이끄는 매력이 있다.

화면의 가장자리를 따라 은은하게 밀려 나간 번짐의 유려함과 획을 그어 힘으로 짓눌리며 생겨난 덩어리의 묵직함은 작가가 유도한 우연성마저 얼마나 치밀한 살핌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이기성 작품에서 기대되는 관람 포인트는 예술의 영역에서 경계와 한계를 넘어 표현의 문제에 대한 부단한 시도를 하고 있는 작가의 진정성에 대한 깊은 뜻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전시는 7월 12일(월)까지. 053)661-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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