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희수의 술과 인문학] 삶이 힘들거나 지칠 때는 떫고 씁쓰레한 맛의 캄파리를 마셔보자

캄파리
캄파리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나일리지(나이가 많은 이유로 대우받기를 바라는 기성세대를 비꼬는 말: 나이+마일리지), 라떼(꼰대를 지칭하는 말: 나 때는 말이야) 신조어를 아십니까? 중장년은 유행을 따라가면 주책이고, 안 따라가면 한물간 것이 된다. 40~50대의 등산 소모임은 '산악회'고 20~30대가 하면 '등산 크루'다.

달리기 소모임도 40~50대가 하면 '동호회'고 20~30대가 하면 '러닝 크루'다. 젊음이 영원할 것 같았는데 우리는 모두 시간 앞에서 공평하다. 중장년의 삶은 가끔 인생을 잘 살아보기 위한 발버둥에 씁쓰레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사랑은 달지만, 인생은 역시 쓰다.

삶이 힘들거나 지칠 때는 떫고 씁쓰레한 맛의 캄파리를 마셔보자. 술은 인간의 마음에 가장 가까운 음식이다. 인생이 쓰면 술이 달 듯이 행복도 내가 만들고 불행도 내가 만든다. 캄파리는 각종 식물의 뿌리, 씨, 향초, 껍질 등 수십 가지의 재료로 만들어지며 쓴맛과 감귤과 같은 향기가 강하여 식전주(Aperitif)로 즐기는 붉은색 리큐르로서 이탈리아의 국민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캄파리
캄파리

밀라노의 와인 판매상 가스파레 캄파리가 1862년 86가지의 뿌리와 약초 그리고 향신료로 만든 붉은색의 쓴 리큐르를 혼합해서 자신의 레스토랑 캄파리노에서 손님에게 판매한 것이 시초다. 캄파리노의 우아한 단골 고객들은 이 새빨간 음료수에 열광했고 캄파리를 마시는 것을 세련된 취미로 여겼다. 강한 오렌지 향의 쌉쌀한 이 술은 주로 지중해성 기후의 지역에서 많이 마신다.

나른해지던 몸이 높은 알코올 도수의 오렌지 향을 느끼며 깨어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빨간 글라스를 지중해의 태양으로 간주하고 한숨에 다 마시는 풍습이 있다. 캄파리는 특유의 떫고 씁쓰레한 맛과 화려한 붉은 색상 때문에 칵테일의 혼합 음료로도 인기가 있다. 캄파리를 이용한 대표적인 칵테일은 네그로니(Negroni), 아메리카노(Americano), 캄파리 소다(Campari Soda), 캄파리 오렌지(Campari Orange) 등이 있다.

쌉쌀한 맛이 특징인 '네그로니'는 얼음이 담긴 올드패션드 글라스에 드라이진 ¾온스, 스위트 버무스 ¾온스, 캄파리 ¾온스를 넣고 잘 저어준 후 레몬 껍질(Twist of Lemon peel)를 장식하여 제공한다. 네그로니는 이탈리아의 카미로 네그로니 백작이 즐겨 마셨던 식전주로 알려지고 있으며, 피렌체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 카소니의 바텐더가 1962년 백작의 허락으로 '네그로니'라고 발표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네그로니
네그로니

이탈리아말로 미국인이라는 뜻인 '아메리카노'는 얼음이 담긴 텀블러 글라스에 캄파리 1온스와 스위트 버무스 1온스를 넣고 소다수로 잔을 채워 잘 저어준 후 레몬 껍질의 조각을 살짝 짜 넣고 띄운다. '캄파리 소다'는 얼음이 담긴 하이볼 글라스에 캄파리 1½온스를 넣고 소다수로 잔을 채운 다음 잘 저어준 후 오렌지 슬라이스를 장식한다.

캄파리 특유의 강한 쓴맛과 소다수의 탄산이 식욕을 돋구어 주기 때문에 유럽의 레스토랑에서는 식전주로 인기가 높다. '캄파리 오렌지'는 얼음이 담긴 하이볼 글라스에 캄파리 1½온스를 넣고 오렌지주스로 잔을 채운 다음 잘 저어준 후 오렌지 슬라이스를 장식한다. 일명 '가리발디'라고도 하는 이 칵테일은 캄파리 특유의 강한 쓴맛을 오렌지주스의 새콤달콤한 맛으로 순화시켜서 식전은 물론 일상적인 드링크로도 폭넓은 계층에서 사랑받고 있다.

가리발디란 이탈리아 통일에 크게 기여한 이탈리아의 혁명가이자 영웅, 주세페 가리발디의 이름을 딴 것이며, 유명한 일화로 남부 이탈리아 정벌 시 시칠리 섬 상륙 당시 1천여 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군의 지휘를 맡고 있으면서, 구분을 위해 모두 붉은 셔츠를 입게 했는데 사람들이 이를 "붉은 셔츠대(Red Shirts)"라 불렀다고 한다.

글 :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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