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사투리] 가요·드라마·과자 이름에도 사투리···방언집 단어모아 ‘대사전’ 출판

외국의 사투리 보존과 현황 ④사투리 활용에 앞장서는 일본

일본의 자본주의를 도약시킨 실업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삶을 다룬 대하드라마
일본의 자본주의를 도약시킨 실업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삶을 다룬 대하드라마 '청천을 찔러라(青天を衝け)'제작을 위해 사투리 지도 스텝은 물론, 대본완성에도 방언전문가들이 참여했다.

4. 외국의 사투리 보존과 현황

4.사투리 활용에 앞장서는 일본

일본에서는 방언의 기록과 보존은 물론 음성, 어휘, 문법을 비롯한 다양한 측면에서 사투리 언어체계를 밝히려는 연구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이들 연구와 병행하여 방언이나 방언 연구를 응용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른바 실천 방언학이다. 「실천방언연구회」에서는 연 2회 발표회를 통해 실천방언에 대한 연구 성과를 알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으로 개최했으며 브라질에서도 참가자들이 있을 만큼 관심을 얻었다.

◆사투리를 생활속으로...실천방언학 연구 활발

실천 방언학에서 연구 대상이 되는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선, 엔터테인먼트부분이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가요를 사투리로 바꿔 부르기도 하고, 유명한 뮤지컬의 대사를 사투리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엔터테인먼트가 각 지방마다의 방언으로 새롭게 표현됨으로써, 그 지방의 생활 속에 녹아들뿐아니라 보다 깊은 맛을 내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잃어가고 있는 방언을 계승해 가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방언으로 하는 카드놀이(소재를 방언으로 한 것이나 읽는 패를 방언으로 읽는 것이 있다.)나 방언 극(이야기의 모든 대사를 방언으로 해내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 모두는 국어교육의 일환으로서 도입되기도 하며 학교 교육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역다움이나 그 고장다운 모습을 홍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투리를 사용하기도 한다. 여행 선물로 하는 과자 이름이나 지역을 어필하는 캐치프레이즈에 방언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Nestlé의 과자'Kit Kat'의 개별 포장에는 47개 도도부현(일본의 행정구역)의 방언이 적혀져있다. 각 지역의 사투리가 있는 것들을 하나씩 모으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Kit Kat를 입에 넣고 각 지역의 방언으로 이야기해보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울 정도다.

일본의 자본주의를 도약시킨 실업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삶을 다룬 대하드라마
일본의 자본주의를 도약시킨 실업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삶을 다룬 대하드라마 '청천을 찔러라(青天を衝け)'제작을 위해 사투리 지도 스텝은 물론, 대본완성에도 방언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대하극에 사투리 지도 스탭 구성

여기에 더해 전하기 어려운 것들을 쉽게 알리는 방법으로 방언을 활용하고 있다. 역사박물관 전시에 캐릭터를 등장시켜 사투리로 대화하며 해설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기독교 성경을 방언으로 번역, 성경 말씀을 자신들의 언어로 이해하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영화나 드라마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방언을 활용하기도 한다. 단순한 캐릭터 제작에 방언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에서 보다 리얼하게 그 고장의 말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방영 중인 일본방송협회 대하사극 '청천을 찔러라(青天を衝け)'에서는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출신 지역 방언을 지도하는 스태프가 별도로 있을 정도다.

이들은 등장인물이 사용하는 방언의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사투리를 지도하고 있고, 주인공의 성장이나 생활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가는 방언과 공통어의 사용을 현실에 맞게 꼼꼼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방언은 영상 속 인물의 조예(造詣)나 시대상황을 만들어 가는 중요한 기재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방언은 창작 세계 안에서 특정한 시대와 공간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방언 지도자가 입회하고, 대본을 완성할 때는 방언 감수도 실시된다.

일본의 자본주의를 도약시킨 실업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삶을 다룬 대하드라마
일본의 자본주의를 도약시킨 실업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삶을 다룬 대하드라마 '청천을 찔러라(青天を衝け)'제작을 위해 사투리 지도 스텝은 물론, 대본완성에도 방언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전국 각 지역 언어 지도집 발행

이외에도 일본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많은 방언집이 편찬되어 왔다. 근세에서 근대(1600년대 ~1800년대)의 방언집은 지역마다 많다. 그 방언집에 수록되어 있는 단어들은 『일본 방언 대사전』(쇼가쿠칸 1989)으로 모두 모아 출판되고 있다. 언제든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다.

또한 사투리 분포를 그린 언어지도도 많이 남아있다. 국립국어연구소 언어지도 데이터베이스(https://www2.ninjal.ac.jp/hogen/dp/ladp/ladb_index.html)에 따르면 1900년대 들어 발행된 일본 언어 지도 집은 『일본 언어지도』(국립국어연구소 1966~1974 / 공통어의 성립 과정을 밝히려고 한 것. 300도면(図).), 『방언문법 전국지도』(국립국어연구소 1989~2006 / 전국 807지점에서 조사한 것. 267개 항목)을 포함해 443종류에 달한다.

언어지도는 항목별로 그려지므로 그 항목 수를 세면 총 3만 항목에 가까운 수가 된다. 그것이 대략 그려진 지도의 매수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예로부터 일본인이 방언의 다양성에 관심을 갖고 살아왔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과거에 그 장소 그때 말해진 음성 언어, 즉 방언은 문자에 기록되어 보존되어 왔던 것이다. 최근에는 음성 녹음도 정비되어 CD나 Web 상에서 공개되고 있다.

물론 일본에도 방언 박멸론(撲滅論)이 전개된 시대도 있다. 180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전국에 통용되는 공통어를 보급시키려는 목적에 따라 지방의 언어를 없애려고 했던 것이다. 심지어 올바른 언어를 보급 시키려는 목적에서 방언을 사용하는 것을 벌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지방마다 존재하고 있는 방언의 가치가 재검토되었다. 현재는 그 지방마다 방언의 다양성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을 느끼며 생활하는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초등학교, 중학교의 국어교육에서도 방언의 다양성을 배우고 각 지역의 방언을 소중히 하려는 방침 아래 방언을 다루고 배우고 있을 정도다. 어린이들은 방언과 공통어는 각각의 활용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배운다.

방언은 생활 언어이다. 각 고장의 일상생활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나 생각을 전달하는 언어이며 현실의 연속된 생활세계를 파악하기 위한 언어이다. 각 고장의 생활에 끊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고, 모든 장면에서 현실감이 담겨 있는 말이다. 실감 있는 말은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시원시원하고 즐겁다.

방언의 기능은 위대하다. 방언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방언을 활기차게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라이 사에코 (일본 군마현립여자대학교 문학부 국문학과 교수)

◆다시, 사투리 연재 순서

1.왜 다시, 사투리 인가

2.예술 속 사투리

3.사투리와 사람들

4.외국의 사투리 보존과 현황

5.대담

◆사투리 연재 자문단

김주영 소설가

안도현 시인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

김동욱 계명대학교 교수

백가흠 계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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