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재·지진 대처법? "몰라요"…안전교육 사각지대 놓인 장애인

대구 작년 565명 교육…전년比 88%↓
市·소방 시설 파견 프로그램, 코로나로 연기·취소 잇달아
가정 방문 교육은 아예 없어…재난상황에 무방비 노출 위험

대구시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재난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재난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집에서 생활하는 하반신 마비 지체장애인 A(32) 씨는 요즘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얼마 전 아파트 화재 경보기가 오작동으로 울렸지만 15층에 살고 있는 A씨는 대피를 못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도 못 타고 계단 이용도 어려운 A씨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몰라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3년 전 한 직장에서 근무할 때 안전교육을 떠올려봤지만 '비상구를 이용하라'는 등 비장애인 위주여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장애인 재난안전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을 하는 장애인 복지시설은 코로나19로 운영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집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의 경우 맞춤형 안전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이다.

28일 대구시에 따르면 장애인 대상 재난안전교육은 시와 소방안전본부에서 실시하고 있다. 대구시는 매년 지역 시설을 대상으로 교육 수요조사에 나선 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안실련)과 연계해 강사를 파견, 해당 시설 특성에 따라 필요한 교육을 진행한다. 소방안전본부도 시설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교육에 나선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시설 등에 외부인 접근이 어렵게 되면서 교육이 어려워졌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재난안전교육을 받은 장애인은 2019년 4천577명에서 지난해 565명으로 87.6% 이상 줄었다. 대구시는 교육도 매년 평균 90건의 신청이 들어오지만 지난해부터 교육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문제는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재가 장애인들은 아예 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스스로 몸을 가누기 힘든 중증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의 경우 반복 교육으로 대피요령을 인지해야 하지만 가정 방문 교육은 아예 없는데다 위급상황 시 활동보호사가 없는 이상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장애인들은 위급상황 시 빨리 대피할 수 있는 주택이나 아파트 1층에 사는 경우가 많지 않다. 고층에 거주할 경우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며 "안전 교육 등 직접 대피상황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잘 없어 실제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우왕좌왕하게 된다"고 했다.

대구안실련 관계자는 "집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구조요청을 할 수 있도록 가족들이 호루라기를 옆에 두거나 벽을 치는 연습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방역 지침을 따르면서 안전 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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