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대구수필가협회 창립 15주년 기념 대표작 선집

대구수필가협회 창립 15주년 기념 대표작 선집 / 박기옥 외 177명 지음 / 북랜드 펴냄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정문 처마 위 어처구니 사이에 보름달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정문 처마 위 어처구니 사이에 보름달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대구수필가협회 창립 15주년 기념 대표작 선집 / 박기옥 외 177명 지음 / 북랜드 펴냄
대구수필가협회 창립 15주년 기념 대표작 선집 / 박기옥 외 177명 지음 / 북랜드 펴냄

"21세기 수필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우리 삶에 수필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코로나의 위기에도 대구수필가협회(회장 박기옥)가 창립 15주년 기념 '대표작 선집'을 발간했다. 2005년 창립해 등단작가 250여 명을 회원으로 둔 대구수필가협회는 대구경북 수필가들을 어우르는 대표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회원들의 작품 중 178편을 정선해 담았다. 250여 회원 중 178명의 회원이 한 편씩 추렴한 것이다.

애초 계획은 한 권이었으나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았다고 한다. 다만 선집 제작을 위해 특별히 새로 쓴 작품은 아니다. 오랜 작가 경력 가운데 단 한 작품을 받아 실었다. 10년 경력의 작가도, 40년 경력의 작가도 자신들이 품어낸 옥동자 같은 작품 중 한 편씩만 공평하게 내놨다. 그만큼 엄선된 작품집이라는 자신감이 선집에 배어 있다.

작가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다르기에 각자의 개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글들로 넘친다. 그렇기에 다양한 소재와 시각을 실험정신으로 입힌, 수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하는 시도 역시 심심찮게 보인다.

무엇보다 작품의 핵심 문장을 작품 전문에 앞서 내걸어둔 세련된 편집이 가독성을 높인다. 마치 유튜브 섬네일을 보는 듯하다. "내게서 뜨고 지던 달의 기억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아이와, 그 아이의 아이를 보면서 순하게 견뎌낼 것이다. 이미 오래 전에 달이 준 의무와 축복을 누린 후 참다운 완경을 이룬 내 어머니처럼." (박월수 作, '달'의 일부)

일상에서 깨달음의 순간을 잡아내는 수필가의 본능같은 능력도 각 편마다 스며있다. "분갈이의 본질이 화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자양분인 흙을 바꾸는 작업이라면 나의 분갈이는 새 거처에 어떤 것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을 만큼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챙기면 된다." (박헬레나 作, '분갈이'의 일부)

2권으로 나뉘어 묶인 '창립 15주년 기념 대표작 선집'은 수필 교과서라 해도 손색없다. 글쓰기의 기초를 닦으려는 이들에게 좋은 글의 기본을 보여주는 여러 표현 방식의 수필들이다. 필사용으로도 흠잡을 데 없는 길이와 내용이다.

박기옥 대구수필가협회 회장은 "15년간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로 엄선했다. 수필의 참맛과 묘미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선집이 수필가 모두에게 자부심이 되고 대구수필가협회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1권 351쪽, 2권 417쪽. 2권 1세트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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