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벼랑 끝에 선 대구 명물골목…"70% 사라졌다"

[명물골목의 위기] 중구 내 명물골목 총 14곳으로 대부분 1960~1990년대 형성
산업쇠퇴와 경기불황, 코로나 타격으로 업체 수 70% 줄어
골목 행사 진행하는 곳도 일부, 이마저도 상권 활성화와 연계 안돼

2일 오후 대구 중구 수제화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일 오후 대구 중구 수제화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중구 명물골목들이 업종 쇠퇴와 재개발사업에 떠밀려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4일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원도심인 대구 중구에 있는 명물골목은 모두 14곳이다.

명물골목은 ▷교동 귀금속거리·전자골목 ▷남산동 인쇄골목·자동차부속품골목 ▷대신동 미싱골목·양말골목 ▷덕산동 떡전골목 ▷동인동 찜갈비골목 ▷봉산문화거리 ▷북성로 공구골목 ▷약전골목 ▷인교동 오토바이골목 ▷종로 진골목 ▷향촌동 수제화골목 등이다.

하지만 대다수 명물골목의 점포 수는 가장 번영했던 40~50년 전에 비해 30~70% 수준으로 줄었다. 북성로 공구골목 점포는 최대 1천여 곳에서 지난해 말 420곳으로 감소했다. 남산동 인쇄골목 업체는 전성기에 1천300~1천400곳이었지만 현재는 520곳이다.

대신동 양말골목 가게는 80곳에서 23곳으로, 인교동 오토바이골목 점포는 75곳에서 55곳으로 각각 줄었다. 동인동 찜갈비골목의 식당도 17곳에서 9곳으로 축소됐다.

이미 사라진 유명 골목도 있다. 서문시장 인근 동산동 타월골목과 대신동 금은방거리, 봉산동 가구골목은 2013년 시장 활력도가 떨어지고 상인회 등 단체도 없어 지정 해제됐다.

교동 전자골목에서 30년 넘게 빈티지 오디오 수리업을 하는 A(68) 씨는 "보통 명물골목의 상인들은 대대로 가업을 이어온 이들이 많다. 나는 자녀에게 물러주지 않고 나를 마지막으로 사업을 접을 예정이다"고 했다.

문제는 죽어가는 명물골목을 되살릴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축제를 진행하는 골목도 ▷북성로골목 '북성로축제' ▷향촌동 수제화골목 '빨간 구두이야기' ▷교동 귀금속거리 '대구패션주얼리위크' ▷약전골목 '한방문화축제' ▷남산동 자동차부속품골목 '대구스트리트모터페스티벌' 등에 불과하다.

향촌동 수제화 골목에서 신발 판매점을 운영하는 B(60) 씨는 "매년 골목에서 '빨간구두 이야기' 축제를 진행하지만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오히려 축제로 임대료가 비싸져 세를 더 많이 내고 있다"고 했다.

중구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모든 골목에서 활성화를 위한 축제나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코로나19로 그나마 하던 사업도 진행이 어렵다. 다만 상인들의 불편함이나 요구사항을 들어주며 골목 활력도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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