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은 한반도가 일본의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는 36년 동안 일본의 압제하에 나라의 글을 빼앗겼으며, 창씨개명으로 이름까지 쓰지 못했다.
피땀 흘려 지어 놓은 농사는 공출이란 이름으로 수탈당해 배고픔의 세월을 보냈으며, 마을의 어린 처녀들은 일본군의 정신대란 이름으로 끌려가 처참한 인간 노예가 됐고, 장정들은 징용으로 끌려가 포탄과 군량미를 나르다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마을의 공터는 일본식 제식훈련 연습으로 연병장이 됐고, 월요일 아침에는 어김없이 학생들을 일본 신사로 줄지어 끌고 가 뜻 모르는 참배를 강행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음력설을 못 쇠게 하기 위해 학생들을 등교시켰으나, 어르신들은 설 차례를 지내고 고유의 민속놀이를 함으로써 전통을 잇고자 노력했다. 또한 전쟁 말기에는 가정마다 대대로 물려받은 놋그릇을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죄다 헌납당했다.
이와 같은 온갖 수난의 역사를 거치면서 1945년 8월 15일, 마침내 우리는 광복의 기쁨을 맞이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라의 치안은 혼란의 늪으로 빠졌다. 나라의 관공서는 텅텅 비어졌고 일본인들은 몰래 숨어 귀국선에 올랐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한반도는 두 토막으로 나뉘어 남한은 미군이, 북한은 소련군이 주둔해 군정 체제하에 놓이게 됐다. 38선이 생겨 한국은 분단국으로 살아가는 비운의 나라가 됐다.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귀국한 이승만 박사가 남한의 지도자로 부상, 건국 후 초대 대통령이 되었고 북한은 김일성이 권력을 잡았다.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로 나누어진 나라에 동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닥쳐 왔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고 나라는 온통 폐허가 됐고 6·25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승부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의 아픔을 슬기롭게 극복했고 한마음이 된 국민들의 굳건한 재건 정신과 앞날을 바라보는 지도자들의 지혜로 발전을 거듭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해주는 풍요롭고 힘센 나라로 우뚝 서게 됐다.
필자는 오래전 몸담고 있던 학교의 교장을 모시고 부산에 있는 월남 난민촌에 위문품을 전달하러 간 적이 있었다. 판잣집 문을 노크하니 한 여인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위문품을 전달하고 나서 "지금 단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란 질문을 했더니 "내 조국 월남 땅에 국기를 꽂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 여인은 좋은 음식을 원했던 것도 아니고, 더 괜찮은 주거 환경도 아닌, 나라의 국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유 조국의 국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태극기에 대한 사랑이 어떤지에 대해 반성해 보자. 다가오는 광복절에는 모든 국민이 하나 된 마음으로 태극기를 게양해 전국 방방곡곡에 태극기 물결이 넘쳐 나기를 바란다.
임진왜란이 있기 전 율곡 이이 선생은 "왜적이 침범할지 모르니 10만 대군을 양성해야 한다"고 조정에 건의했으나 묵살당했다. 만약 이 양병설이 받아들여졌더라면 전쟁은 승리로 끝났을지 모른다. 아니 왜군이 우리 10만 대군에 겁을 먹고 아예 침략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뜻깊은 광복절을 맞아 나라를 잃었던 과거의 역사를 교훈 삼아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다시 한번 무장하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생을 바친 독립투사들의 넋을 위로하고 이제야말로 화합과 단결로 하나 되어 힘차게 도약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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