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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요란한 백신 수송 훈련 하더니 “아이스박스에 받아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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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백신 배송을 동네 병원에 떠넘기고 있다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을 소아청소년과 의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첫 번째 백신 배송은 콜드체인 업체와 군인 대동하에 배송됐다. 그런데 이번 주 백신은 보건소로 가지러 오라더라"고 적었다. 거의 대부분의 동네 병·의원에서도 백신 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방역 당국이 10바이알(약병) 미만(60명분 미만) 소량의 경우 보건소에 와서 직접 받아가라고 한 것이다.

코로나 백신 수송과 보관에는 일정 냉장 상태를 유지하는 '콜드체인' 시스템이 필수다. 그래서 온도계·냉매제 등 장비를 갖춘 전문 업체가 운송하도록 하고 있다. 소규모 분량이라고 해서 각 병·의원이 코로나 백신을 아이스박스에 받아가도록 한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은 백신 수급 불안 때문이다. 모더나 백신 공급이 늦어지면서 방역 당국이 일부 모더나 접종 대상자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기로 하면서, 동네 의원별로 소분량의 화이자 백신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화이자 백신은 냉동 보관 상태에서 꺼낸 뒤부터 2~8℃ 냉장을 유지하면 한 달 보관할 수 있고, 최대 12시간 동안 운반이 가능하다. 하지만 콜드체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제각각 아이스박스에 백신을 받아가면서 냉장 상태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백신 접종을 하고도 안전한 백신을 맞았는지 의구심이 들 수 있고, 운송 과정의 부주의로 안 그래도 부족한 백신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질병청은 직접 백신을 받아가도록 한 것은 일시적인 조치로 앞으로는 콜드체인 체계로 백신을 배송할 거라고 밝혔지만, 이런 일은 애초에 없어야 했다. 우리 정부는 입만 열면 'K방역'을 자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낙제에 가깝다. 백신 수송만 해도, 민관군경을 동원해 요란한 수송 모의 훈련까지 펼쳤던 정부가 이제는 동네 병·의원에 아이스박스 들고 보건소에 와서 직접 받아가라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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