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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 심전도와 카카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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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선생님, 밤 늦게 죄송한데요. 응급실에 심박수가 너무 빠른 아이가 왔는데, 심전도 확인해 주실 수 있나요?"

자정을 넘은 시간,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응급실을 지키던 전공의 선생님이 무척 미안한 듯이 조심스럽게 전화기로 말했다. 다른 병원에서 흉통과 빈맥으로 11살 남자 아이가 전원돼 왔는데,다른 검사 결과는 다 괜찮지만 심전도가 빠르고 이상해서 확인해야겠다고 용기를 낸 모양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카톡으로 심전도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바로 카톡 창을 열었다. 카톡창에는 환자의 이름, 나이, 혈액 검사결과, 흉부 엑스레이(X-ray) 사진, 심전도 순서로 파일이 올려져 있었다.

심전도를 얼마나 정성들여 찍었는지, 좌우 상하 대칭에 심전도가 너무 선명하게 잘 나왔다. 일단 카톡 사진을 다운 받아서 의심스러운 부분은 확대해서 꼼꼼히 살펴봤다. 다행히도 빈맥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정맥이나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걸어 전공의 선생님에게 심전도 결과를 알려줬다. 이 모든 것이 10분만에 일어난 일이다.

참으로 편리한 시대를 살고 있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는 큼직큼직한 변화도 많지만, 오늘 밤의 일처럼 작지만 유용한 변화도 많다.

'만약 스마트폰과 카톡이 없었다면 오늘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흉통과 심장이 빨리 뛰니 심전도는 기본으로 찍었을 것이다. 애매한, 그리고 쉽게 판독할 수 없는 심전도를 본 전공의 선생님은 한참을 고민했을 것이다. 물어볼 사람도 없이 혼자서 이것저것 책도 찾아보고 분주했을 것이다.

일전에 20년 선배인 소아과 선생님과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선생님이 수련 받을 때 한번은 응급실 환아 심전도를 찍었는데, 너무 이상해서 고민고민하다 새벽 4시에 그 심전도 종이를 들고 교수님 댁까지 찾아가서 심전도 판독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환자를 위해, 어떻게 해서든 심전도 판독을 받으려고 했던 선생님이나, 그 새벽에 깨서 심전도를 판독했던 교수님이나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전화하고, 톡으로 자료를 보내면 바로 결과를 확인해볼 수 있다.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엑스레이를 필름으로 확인했어야 하던 시대였다. 환자가 입원하면 이전에 검사했던 엑스레이, CT, MRI 사진을 필름 저장실에서 어떻게든 찾아서 회진을 준비해야 했다. 한번씩 중요한 사진을 못 찾는 경우가 생기면 난리가 났다. 지금은 인터넷 서버에 모든 사진이 차곡차곡 저장된다.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깜깜한 필름 저장실에서 찾아 헤맬 필요도 없어졌다. 엄청 감사한 발전이다.

우리 병원도 몇 년 전부터 병원 의무 기록을 인터넷 서버에 저장하는 전자차트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에서 앱으로 환자의 차트, 혈압, 체온, 검사 결과, 엑스레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오후 늦게 입원하는 환자나 밤에 응급실로 오는 환자의 경우, 그리고 중환자의 경우 언제라도 환자의 상태를 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매번 전화로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심전도는 아직 연동이 되지 않아서 사진으로 찍어 톡으로 확인하고 있다.

궁금한 환자의 상태를 늘 확인할 수 있어서 좋지만, 약간은 강박적인 내 성격 때문에 부작용이 있다. 틈날 때마다 환자의 상태를 본다는 점이다. '고열로 입원한 아이는 열이 떨어지고 있는지?, 확인한 혈액검사에서 내가 혹 놓친 것을 없는지?' 시간이 날 때마다 보고 있으니 조금은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탓이다.

'작은 변화는 큰 변화를 이끈다'는 말이 있다. 사소하게 보이는 카톡이나, 어플을 통해 예전과는 다른 형태의 진료가 이루어 지고 있다. 우리는 그 작은 변화 속에서 큰 변화를 시나브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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