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정부는 아파트 공급의 수요예측 제대로 하고 있나?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우리는 왜 모두 부동산에 열광하는가? 빚을 내다 못해 젊은이들이 왜 영끌로 집을 사는가?

시작은 주택난이다. 땅은 좁고 인구는 많으니 주택은 턱없이 부족하고 주택난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었고 정부는 대규모 택지개발로 아파트 공급을 늘렸다. 하지만 넘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했고, 아파트 당첨으로 하루아침에 중산층으로 도약하게 했다.

일단 아파트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고 나면 주거와 삶이 안정되고, 수년이 지나면 아파트 가격은 어김없이 올랐다. 집이 돈을 벌어 주니 더 좋은 동네, 더 넓은 평형을 찾아서 이사를 하고, 이사할 때마다 집값은 상승하며 아파트는 더할 나위 없는 재테크 상품이 되었다.

아파트 문화는 생활수준과 동시에 삶의 만족도도 높였다. 신도시에 공급되는 아파트는 학교와 공원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잘 놓인 도로망과 교통망까지 갖춰지면서 구시가지에 비해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동네로 탈바꿈했다. 편리하고 깨끗한 주거 문화를 찾아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의 이전은 급속히 진행됐다.

오르는 집값은 가계대출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대출은 빚이다. 고금리 대출이자 부담이 두려웠던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알뜰히 저축했지만 집값 상승은 저축의 속도보다 훨씬 더 빨랐고, 그때 사지 않은 걸 후회했다.

저금리 기조가 수년째 이어지고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은 아파트 수요를 촉진시켰으며 더 이상 대출이자가 두렵지 않게 됐다. 집값 상승으로 이자를 납부하고 세금을 부담하더라도 수익이 차고 넘쳤다. 그렇게 모든 실수요자는 동시에 투자자가 되어갔다.

현 정부의 부동산 기조가 최근 들어서야 공급으로 선회했지만, 지금도 충분한 수요예측을 하고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에서 놓치고 있는 수요예측에 대해 몇 가지 살펴보자.

최근 분양한 대구 북구의 아파트에서는 30대 계약자 비율이 무려 57%에 이르고 있다. 몇 년 전 30대의 계약률이 40%를 넘어가면서 놀라웠는데 이제는 절반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연령대별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30대 미만 10.6%, 30대 41.3%, 40대 59.1%, 50대 63.4%, 60대 68.2%이다. 연령대별 주택 소유 현황 비율에서 20, 30대의 주택 소비 촉진은 지금보다 훨씬 가속화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1인 가구의 주택 소유율이다. 가구원수별 주택 소유율은 1인 가구 29.2%, 2인 가구 62.8%, 3인 가구 69.1%, 4인 가구 73.4%이다. 우리 사회의 1인 가구 증가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전체 가구의 31%이다. 최근 고소득 전문직들이 1인 가구에 합세하면서 원룸·오피스텔이 아닌 아파트 주거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세 번째는 주거 수준 상향에 대한 욕구 팽창이다. 단독주택의 불편한 주차 문제와 사생활 침해, 오래된 아파트의 불편한 층간 소음, 녹슨 배관과 누수 등 과거에는 참고 살아왔지만, 더 이상의 주거 불편을 감내할 수만은 없다.

대구의 현재 주택 수는 80만 호이다. 주택의 내구연한을 50년으로 잡으면 1년에 평균 1만6천 가구가 거주에 부적합하거나 공실에 따른 멸실 주택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때문에 대구는 최근 3년간 8만~9만 호를 공급하고도 미분양이 1천가구 남짓이다.

아파트 주거 문화는 우리나라만의 특색에 맞게 진화되어 왔다. 최근에는 아파트의 주거 편리성에 더해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첨단 시스템과 안전이 스마트폰 속에 들어와 있다.

점점 첨단화되고 편리한 아파트에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잠재울 수 없다. 그렇다고 이 많은 수요를 모두 신규 공급으로만 감당할 수 없는데, 대선후보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아파트 공급 정책을 마구 쏟아 내고 있다.

헌것을 고쳐 쓰지 않고 신규 공급만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까? 단독주택 밀집 지역에는 공원과 공영주차장 시설을 확충하고, 노후화된 아파트는 개보수를 위한 리모델링 지원 사업을, 신도시에만 첨단 학교를 지원할 것이 아니라 노후화된 학교에도 지원을 보태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것이다. 새것은 언젠가 또 헌것이 된다. 주거 문화와 의식의 전환을 도모하는 부동산 정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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