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경상북도에 있는 고택 개수다. 문화재청이 지정한 우리나라 고택 241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가 경북에 있다.
고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경북이 살기 좋은 고장이란 것을 방증한다. 예로부터 전란과 환란을 피해 몸과 마음을 보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히던 태백산과 소백산 자락 풍기·영주·예천·봉화·안동에 고택이 집중된 것도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리라.
최근 경북도와 경북문화관광공사는 경북의 고택과 농촌체험마을을 활용한 경북형 관광상품인 '경북 일주일 살기'와 개별 관광객을 위한 '경북 관광 100선 챌린지 투어' 상품을 내놨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는 시점에 맞춘 프로그램이다.
온 세계가 코로나로 몸살을 앓는 이 시기, 여름휴가를 어디로 떠나면 안전하고 알차게 보낼까를 고심하다 고택 체험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북의 고택에서 호젓하게 휴가를 즐기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선택한 '경북 일주일 살기'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오지 중의 오지'에 자리 잡은 영동선 간이역이 산타마을로 변신해 연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분천역에서는 산타에게 코로나 종식을 빌었고, 독립운동가의 기개가 넘쳐흐르는 봉화 바래미 마을 남호구택 대청마루에서 땀을 식히는 호사도 누렸다. 회룡포 물도리 마을 '뽕뽕다리'에서는 유년 시절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내성천·금천·낙동강 세 물줄기가 만나는 삼강주막에서는 고단했던 선조들의 삶을 떠올렸다. '십승지지'의 한 곳인 예천 금당실 마을의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와 쏟아지는 별빛은 공연히 바쁜 나그네의 마음을 위로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건축학도의 필수 답사지인 병산서원에서는 만대루의 풍광에 넋을 잃기도 했고, 학봉종택에서는 김성일 선생의 기개 넘치는 글씨를 감상하는 기쁨도 누렸다. 안동 장씨 종갓집인 칠계재에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경계해야 할 7가지 덕목도 되새겨보는 소중한 시간도 가졌다.
그뿐인가. 관광지 곳곳에서는 '경북 관광 100선 챌린지 투어' 이벤트를 위해 인증 샷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줄을 이었고, 관광지 주변 경북 농가맛집에서 맛깔스럽고 건강한 자연밥상을 맛본 이들은 연신 찬사를 보냈다. 이들을 보면서 코로나를 이겨내며 경북의 멋과 맛을 보여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헌신에 깊은 감사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위드 코로나' 시대다. 코로나가 일상이 되면서 우리의 삶도 크게 변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곳에서나 사람들과 만나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처음 만난 사람과도 거리낌 없이 악수를 하던 일상은 당분간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변화는 경북 관광의 큰 호재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해외로만 향하던 관광객과, 북적이는 수도권 대규모 전시·공연장으로만 향하던 관광객들이 호젓하고 풍광 수려한 자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경북에는 고택 외에도 수려한 700리 낙동강, 한반도의 등뼈 백두대간, 1천300리 청정 동해안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빼어난 문화유산과 자연자원이 즐비하다.
'경북 일주일 살기'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인문·자연·지리에 푸짐한 인심까지 더해진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관광상품이다. '지방 소멸 위기'의 시대, 경북 소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귀촌·귀농 프로젝트의 마중물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