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지리기술제도/제프리 삭스 지음·이종인 옮김/21세기북스 펴냄
"인류는 디지털 시대에 훌륭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냈지만 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세계 경제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의 세 가지 기준에 비추어 보면 실패했다. 첫째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 간의 격차를 넓히는 디지털 기술의 영향 때문에 불공정이 심화되고 있다. 둘째 세계 도처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 간 갈등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지정학적인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면서 미국, 중국, 그 외의 여러 지역에서 불안의 수위가 상승하고 있다."(295~296쪽)
저자는 책에서 인류가 지금으로부터 약 7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발원해 다른 대륙으로 흩어진 이래, 인간 사회의 교역, 정복, 건국, 생산력 증대, 전염병 창궐 등 모든 활동이 '지리, 기술, 제도'라는 3가지 요소를 토대로 이뤄졌음을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과 지역, 사회와 사회 사이 상호 작용을 농경, 항해술의 보급, 디지털 혁명 등을 기준으로 7개의 시대로 구분해 문명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요약했다.
현재 인류는 기후변화와 팬데믹에 직면한 가운데 저자가 밝힌 지리, 기술, 제도가 만들어낸 세계화의 7만년 연대기는 협력의 프레임을 통해 전 지구적 수준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세계화가 반드시 긍정적 효과만 있었던 건 아니다.
특히 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는 기술의 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우리가 그런 발전에서 얻는 혜택은 중세시대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한편 공공정책이나 행정기관의 의사결정 방식이 수혜자의 수를 제한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걸 꼽고 있다.
지난 7만년 동안 인류는 부를 축적하는 동시에 갈수록 자신을 파괴하는 수단을 창조하면서 기후변화나 환경오염 등 단일 사회나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문제와 맞닥뜨리면서 현재의 재앙을 더욱더 촉발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저자의 낙관론적 결론에 따르면 인류의 놀라운 성공 사례들이 가져온 환경적, 사회적, 지정학적 재앙을 물리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인류의 앞날에 관심 있다면 일독을 권할만하다. 400쪽, 3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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