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수송기서 추락한 17세 아프간 소년… 8남매 맏이, 쓰레기 주워 엄마 먹여살려

이륙하던 미 공군 C-17 수송기 바퀴에 매달려있다 공중에서 추락한 아프간 민간인들. 인디아타임스 캡쳐
이륙하던 미 공군 C-17 수송기 바퀴에 매달려있다 공중에서 추락한 아프간 민간인들. 인디아타임스 캡쳐

1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이륙하던 미 공군 C-17 수송기 바퀴에 매달려있다 공중에서 추락한 사람 중 한 명이 17세 소년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 소년과 함께 공항으로 떠났던 16세 동생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형제가 함께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재건한 아프간에서 태어나서 자랐던 이 두 형제들은 탈레반 통치기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수송기에라도 매달려 탈출을 시도했던 이들의 비극적인 죽음이 카메라에 잡히며 전세계가 비통에 잠겼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현지인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인용해 미 수송기에서 추락한 이들은 형제이며 이들이 카불 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쓰레기를 주워 어머니를 봉양했다고 보도했다.

사망한 소년 레자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힌 소년의 친척은 18일 미국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형제 둘을 동시에 잃었다. 한 명은 시신을 찾았는데 다른 한 명은 병원을 다 뒤져도 아직 못 찾았다"며 "형제가 사라진 뒤 (형제의) 어머니가 매일 밤을 지새웠다"고 전했다.

유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 형제는 '아프간인 2만 명이 캐나다나 미국으로 갈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선 무작정 공항으로 향한 것 으로 보인다. 이들은 가족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신분증만 들고 공항으로 떠났다. 형제는 8남매 중 첫째와 둘째로 탈레반 집권기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이제껏 누려온 자유를 잃을까 크게 두려워했다고 한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활주로에 국외 탈출을 위해 몰려든 인파를 인공위성에서 바라본 모습. 아프간 무장 반군 탈레반이 이날 정권 재장악을 선언하자 카불 국제공항에는 외국으로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었으며 결국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공항은 마비됐다.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활주로에 국외 탈출을 위해 몰려든 인파를 인공위성에서 바라본 모습. 아프간 무장 반군 탈레반이 이날 정권 재장악을 선언하자 카불 국제공항에는 외국으로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었으며 결국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공항은 마비됐다. 연합뉴스

앞서 소셜미디어에는 탈레반이 장악한 카불을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공항으로 몰려와 이륙을 앞둔 비행기 날개와 트랩 등에 위험천만하게 매달리는 모습이 속속 올라왔다. 해당 영상들에는 수많은 아프간인들이 비행기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3명이 수송기에 매달려 있다 추락해 숨졌다.

아프간 현지 언론은 카불에 살던 청년의사 피다 모하마드가 비행기에서 추락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고 이튿날 가족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공항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 발견자에게 전화를 받고 아들의 신원을 확인한 아버지는 "나의 첫 아이였다. 아들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 병원에 취직했다. 결혼한 뒤에는 해외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스페인 군인들이 아프간을 철수하는 자국민들과 아프간인 협력자들의 군수송기 탑승을 돕고 있다.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스페인 군인들이 아프간을 철수하는 자국민들과 아프간인 협력자들의 군수송기 탑승을 돕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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