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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K방역, 국민은 1등 국가는 꼴찌

지난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관찰구역에서 대기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지난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관찰구역에서 대기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정부가 이번 주 거리두기를 또 2주 연장했다. 지난달 12일 수도권에서 최고 단계 거리두기를 시행한 후 세 번째다. 방역을 '짧고 굵게' 끝내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그렇게 허언이 됐다.

거리두기 연장은 자영업자들에겐 고통의 연장을 뜻한다.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여러 명이 모임도 가질 수 없는 국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가 퍼지면 정부는 손쉽게 거리두기를 연장하고, 반발이 커지면 나랏돈 몇 푼 쥐여주며 달래어 지지율을 유지하는 상황이 1년이 넘도록 되풀이되고 있다.

나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 준 국민은 1등 국민이다. 마스크를 쓰라면 쓰고, 백신은 주는 대로 맞았다. 1차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2차에 화이자로 교차 접종을 하라고 하면 그렇게 했다. 8주라던 접종 간격을 12주로 늘려도 그 이유를 따지지 않았다. 백신이 없어 2차 접종분을 1차 접종으로 돌리면서 접종 완료율이 OECD 꼴찌에 그쳐도 눈감았다. 55~59세 352만 명을 대상으로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다고 했다가 백신이 없어 12시간 만에 예약을 중단해도 순응했다. 당초 3·4주던 화이자·모더나 2차 접종 기간을 고무줄처럼 6주씩으로 늘려도 그러려니 따랐다. 그저 하루빨리 자신에게도 백신 순서가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 이런 국민을 둔 나라가 또 어디 있는가.

그런 국민을 정부는 감추고 속였다. 일찌감치 '백신만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말이 나왔지만 K방역 자랑하느라 백신 확보에 실기하고 "백신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둘러댄 것이 시작이었다. "화이자·모더나가 우리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재촉하고 있다"는 황당한 거짓말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이 모더나사 최고경영자와 직접 통화해 백신 4천만 회분을 확보했다고 자랑한 것은 압권이었다. 청와대는 백신 물량을 2천만 명분으로 늘렸고, 도입 시기도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겼다고 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에 대한 물음에는 "제약사와 비밀 유지 협약에 따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올 2분기까지 모더나 백신을 맞은 사람은 1차 접종자 1천532만 명 중 3만 명에 불과했다. 백신이 없어서다. 정부는 모더나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처럼 야단을 떨었지만 진짜 이유가 최근에야 밝혀졌다. 계약서에 분기별, 구체적 계약 물량조차 약정하지 않은 것이다. 제약사와 기약도 없는 계약을 하고선 비밀 유지 협약 운운하며 국민을 속였다. 반면 미국과 EU는 시기별, 월별 공급량을 명확히 하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

졸지에 우리나라는 접종 후진국이 됐다. 7월 2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OECD 38개국 중 접종 완료율 38위(아우어 월드 인 데이터)였다. 이제 겨우 꼴찌를 면했지만 코로나 청정국 뉴질랜드와 중미 국가 코스타리카를 빼면 36위다. 그렇다고 1차 접종률이 선진적이지도 않다. 접종 기간을 늘리고, 1차 접종으로 돌리는 등 온갖 꼼수에도 1차 접종률은 49.7%로 30위에 머문다.

백신이 남아도는 미국은 다음 달부터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한 부스터샷을 접종한다. 독일도, 프랑스도, 영국도 부스터샷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조차 이르면 10월부터 3차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것이 지금 선진국의 모습이다.

우리는 아직 1차 접종률 높이기에 매달려 있다. K방역은 국민들의 높은 마스크 착용률, 거리두기 고통 감내의 산물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백신 접종이 예상보다 빠르다]고 속이고, '백신허브 국가'로 유혹하고, '세계적 추세' 탓을 하며 자화자찬 한다.

현장에선 국민들이 코로나로 늘어난 경제적 부담을 덤터기 쓰고, 자영업자들은 한숨만 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것이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선진국에 올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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