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와중에도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은 역대급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 등 국내 5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9조3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6조4천억 원)보다 45%나 늘어났다. 선진 금융 기법, 경영 합리화 등으로 호실적을 거뒀다면 박수 받을 일이겠으나, 이익 대부분이 예금과 대출 이자 차이 즉 예대 마진이라는 점은 개탄스럽다.
국내 은행들이 예대 마진에 의존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새 정도가 더 심해졌다. 6월 기준 국내 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와 순수 저축성 예금 금리의 차이는 2.02%포인트로 2017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1년 6월 기준금리가 정점(3.25%)을 찍은 이후 10년간 줄곧 내리막길을 걷는 동안 국내 은행들은 예대 금리 차이를 지속적으로 벌려 왔다.
그 결과 국내 5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총이자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 20조 원을 넘어섰다. 이자 이익이 전체 순익을 크게 웃돈다는 것은 우리나라 금융기업들이 이자 놀이로 손쉽게 돈을 벌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평균 1억 원을 넘나드는 임직원 고액 연봉에 성과급 지급, 배당 잔치를 벌이고도 금융지주들이 이처럼 막대한 이익을 냈다면 국민들에게 바가지를 씌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영끌 대출과 생계비 대출 등으로 국민들의 허리가 휘는 판국에 금융회사들이 자기 배만 채우는 것은 금융업의 공적 역할을 망각한 처사다. 은행들의 탐욕 폭주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천8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이제 국가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업은 경제의 핏줄이라고 했지만 이런 식 이자 놀이라면 국민 피를 빠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은행들의 이자 놀이 탐욕은 억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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