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회전 전용차로에선 좌회전만 허용된다. 좌회전만 하도록 만든 차로여서다. 그런데도 방향지시등, 즉 깜빡이를 켠다. 굳이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좌회전하는 줄 알고 있는데도 점멸(點滅)한다. 가끔 '좌회전 전용차로에선 안 켜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밤에 그렇다. 앞차의 깜빡이 점멸로 눈이 부신 등 불편해서다. 그래도 켠다. 잠시 껐다가 이동 시 다시 켜더라도 법적·사회적 약속이니 지킨다.
그런데 정작 깜빡이를 켜야 할 때 안 켜는 운전자가 의외로 많다. 깜빡이가 고장 난 것도, 차량 구입할 때 선택해야 하는 옵션이 아닌데도 말이다. 귀찮아서인지, 사회에 대한 저항인지, '나 하나쯤' 하는 생각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잘못된 운전 습관이다. 대로든 이면도로든 네거리든 차로·진로·방향 변경 시엔 반드시 깜빡이를 켜야 한다. 법도 법이지만 안전사고, 인명 사고와 직결(直結)돼서다. 깜빡이를 켜야 운전자든 보행자든 앞차가, 옆 차가, 마주 오는 차가 어디로 갈지 알고 대처할 수 있다. 작은 삼거리나 아파트 진출입로, 이면도로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깜빡이 없이 갑자기 끼어드는 경우가 허다(許多)하다. 큰 파장을 일으킨 최근 사건들만 봐도 그렇다. '통일교 게이트'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난데없이 '종교 재단 해산' 발언을 해 '입틀막' 등 압력 행사 논란을 일으켰다. 세관 마약 수사 연루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임은정 검사장에게 합동수사단을 맡겨 놓고 불쑥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백해룡 경정의 수사 팀 합류를 지시했다. 대통령이 수사 팀 구성까지 관여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말 그대로 '갑툭튀'였고, 이후 검경 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얼마 전 우원식 국회의장도 '필리버스터 중단'이라는 돌발 끼어들기로 정국 혼란을 초래했다.
깜빡이는 진행 방향과 변경, 추월, 끼어들기 등을 알리는 신호, 약속이다. 누구든 어디서든 예외(例外)가 있을 수 없다. 국정 운영의 방향과 변경은 더욱 분명하고 투명해야 한다. 깜빡이 없는 위험하고 무리한 끼어들기는 상대의 가로막기, 보복 운전을 유발하고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운전도, 국정도 사고와 혼란·갈등·분란을 막기 위해선 깜빡이를 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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