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1일 발표한 '8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미분양주택은 2천365가구에 이른다. 전월 1천148가구에 비해 2배가 넘는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이 늘었다. 반면 전국 미분양주택은 1만4천864가구로 7월보다 334가구 줄어 역대 최저였다. 부동산업계가 보는 대구의 미분양 마지노선은 5천 가구. 이를 넘어서면 미분양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인데, 입주 물량이 몰리는 하반기를 고비로 본다.
이는 1순위 청약 경쟁률에도 나타난다. 지난해 21.5대 1까지 치솟았던 평균 경쟁률은 올해 4.5대 1에 그쳤다. 분양 물량이 많았던 탓도 있다. 지난해 대구의 분양 아파트는 3만692가구. 전국 시·도 중 서울·경기를 제외하고 가장 많았다. 올해도 예정 물량까지 합쳐 3만1천384가구가 분양 시장에 나온다.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분양뿐 아니라 기존 아파트 거래도 절벽이다. 물론 이는 전국적 현상인데, 지난 6월 정부가 양도세 중과를 도입한 후 거래가 뚝 끊겼다. 대구의 8월 아파트 매매 건수는 1천682건으로, 2016년 6월 1천506건 이후 5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아파트 매물은 다시 증가세를 보인다. 대구의 아파트 매물(매매, 전세, 월세 포함)은 지난해 1월 6천400여 개에 달했다가 가격 폭등이 이어지던 하반기를 거치며 지난해 12월 2천400여 개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9월 기준 매물은 4천500여 개로 늘었다. 대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여전히 3억8천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공급 과잉 탓에 시장가는 이미 떨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도심에 빈 곳을 찾기 어려울 만큼 넘쳐나는 대구의 아파트 신축 현장을 보며 들었던 의심은 부동산 시장이 보내는 붉은 신호를 보며 확신으로 바뀐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주저한다. 집값만큼은 잡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26차례 부동산 대책이 씨알도 먹히지 않았던 상황을 지금껏 봤기 때문이다. '설마 더 오르겠어'라며 집 장만을 미뤘다가 땅을 치며 후회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게다가 발표 기관에 따라 전국 집값은 '상승세 주춤'과 '여전히 상승 중'을 오가고 있다. 갑자기 정부가 대책이랍시고 내놔서 부동산이 다시 들썩일 수 있고, 5개월 남짓 남은 대통령 선거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미지수다. 전국적으로 시·도와 구·군에 따라 부동산 시장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전문가 견해도 엇갈린다. 다만 당장 대구의 집값 하락은 크지 않다는 쪽이 지배적이다.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여전하고 미분양 물량이 도심 외곽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집 주인 입장에선 급할 것도 없다.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증여하겠다는 것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가 오르고 대출까지 죄고 있으니 당분간 관망세는 이어지겠지만, 누가 알겠는가. 희한한 정책을 내놔서 다시 판을 흔들지.
최근 4년간 만 10세 미만 미성년자가 주택을 매입한 사례가 500건이 넘고, 2018년생이 태어나던 해에 자금 9억7천만 원을 갖고 집을 샀으며, 한 개인 다주택자는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아파트를 269채 사들였다고 한다. 이들은 언제라도 부동산 시장이 다시 흔들린다는 것을 확신하는 자들이다.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을 잡겠다고 외쳐 봐야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도 성남시 대장동에 1천만 원 투자해 100억 원 번 자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공권력까지 동원해 로또 투기에 나서도 떳떳한 세상이다.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라는 사탕발림에 설레었던 때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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