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코로나19와 마음건강

현진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회장

현진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회장
현진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회장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상생활이 제한되고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불안, 우울과 같은 심적 건강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 감염병 재난으로 전 세계가 정신 건강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선포했다.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신 건강 관련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부분 국가에서 특히 확진자 수 증가와 정신 건강 문제의 악화는 거의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코로나 발생 초기인 2020년 3월부터 매 분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실태 조사를 실시해 심리방역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국민의 우울 평균점수는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배 증가했으며 우울 위험군의 비율은 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마음 건강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으며, 평소 마음 건강이 취약했던 이들은 이 시기에 악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령별로는 20, 30대 우울 위험군의 비율이 50, 60대에 비해 1.5배 이상 높아 젊은 층이 코로나로 인해 마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시국에 심리적 지지를 제공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20대와 3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특히 청년들의 어려움과 마음 건강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

코로나 감염병 재난으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불안, 우울 등의 스트레스 반응은 비정상적인 사건인 재난에 대한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다. 스트레스를 초기에 인식하고, 도움이 되는 스트레스 대처 방안들을 활용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지니고 있는 회복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 반응을 넘어서 마음 건강의 위기를 경험할 때는 정신 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마음 건강 위기상담전화(1577-0199)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코로나와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재난 상황에서는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함으로써 삶에 대한 통제감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신체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은 우리에게 활력을 제공하고 우울한 마음으로부터 나를 지켜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마스크를 끼고 동네를 산책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며, 집 안에서도 스트레칭이나 요가, 명상 등을 통해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실천해 보자.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를 확인하고 비대면 방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지속해 나가자. 사회적 지지는 회복탄력성을 강화시켜주고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보호 요인이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9년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30.2%를 차지한다고 한다. 코로나는 1인 가구, 실직이나 소득의 감소를 경험한 분들, 확진되거나 격리 생활을 하는 분들의 마음 건강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내고 확진된 분들, 코로나로 가족을 잃은 분들의 슬픔을 공감하고 지지를 보낼 때 우리는 이 재난 상황을 함께 잘 이겨낼 수 있음을 기억하자.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음과 희망을 갖자. 코로나도 언젠가는 반드시 종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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