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심과 불신의 시대' 탐정사무소 찾는 사람들

불륜 관련 의뢰는 물론 젊은 층 사이에서 결혼 전 애인 뒷조사도 늘어
부동산 관련 법정 싸움 과정에서 탐정 찾는 경우도
옛날 학교폭력 가해자 찾아 달라는 2030 의뢰인도 많아

탐정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탐정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애정 문제, 부동산 관련 법정 싸움 등 여러가지 이유로 탐정사무소를 찾는 사람이 최근 부쩍 늘었다. 사회가 복잡해지며 다양한 갈등 상황이 발생하자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영국 레가툼 연구소가 공개한 '세계 번영지수 2021'에 따르면 사회 구성원 간 신뢰와 네트워크 형성, 사회 기관에 대한 신뢰 등 수준을 의미하는 '사회적 자본'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167개국 중 147위에 불과했다. 139위를 차지한 지난해보다 여덟 계단이나 하락한 순위다.

최근 영국 레가툼 연구소가 공개한
최근 영국 레가툼 연구소가 공개한 '세계 번영지수 2021'에 따르면 사회 구성원 간 신뢰와 네트워크 형성 수준, 사회 기관에 대한 신뢰 등을 의미하는 '사회적 자본'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167개국 중 147위를 차지했다. 레가툼 연구소 홈페이지 화면 캡처

불신 분위기와 더불어 최근 관련법 개정으로 '탐정'이란 직업이 합법화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8월 개정 신용정보법 시행 이후 기존에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등으로 불리던 민간 조사업체들도 '탐정'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개별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탐정이 특정 개인의 소재 등을 알아내는 행위도 가능해졌다.

탐정사무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로 많이 들어오는 의뢰는 애정 관련 분야다. 2015년 간통죄 폐지 후 불륜이 형사 영역에서 민사로 넘어가면서 불륜 관련 의뢰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대구에서 12년 동안 탐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40) 씨는 "지난해 8월 신용정보법이 개정된 뒤로 의뢰 건수가 40% 정도 늘었다"며 "배우자가 외도를 하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거나 불륜 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 달라는 단골 의뢰는 물론 최근에는 결혼하기 전 애인에 대한 뒷조사를 해달라는 젊은층의 의뢰도 많다"고 했다.

한편으론 부동산 관련 이슈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이와 연관된 의뢰도 늘었다.

7년 간 탐정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우리 업체는 원래 부동산 관련으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 유난히 부동산 소유권 관련 재판에서 다툰 상대의 과거 행적을 조사해달라는 의뢰가 많다"며 "최근 한 의뢰인은 2심 재판에서 패배해 점유취득시효에 따라 자신의 땅을 20년 간 점유한 상대방에게 빼앗겼다며, 그 상대방이 실제로 20년 간 점유를 한 게 맞는지 과거 행적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이어 "최근 개인정보 보호가 엄격해져서 변호사들도 그런 요구를 꺼리니까 탐정사무소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진 듯 하다"고 덧붙였다.

학교 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를 찾아 달라는 의뢰도 자주 들어온다.

11년 경력의 탐정사무소 대표 B씨는 "이번 달에만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를 찾아 달라는 의뢰가 벌써 4건 들어왔다"며 "의뢰인은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이며 자신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다. 최근 한 의뢰인은 가해자가 직업도 없고 인터넷 도박에 빠져 있는 모습을 확인한 뒤 '고작 저런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생각에 실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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