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신청사 선정 2년] 지금도 車 넘치는데…신청사 생기면 거대한 주차장

주민들, “신청사 인근 도로는 ‘신호대기 중인 도로’”
노후 주택 많고 공영주차장 부족…도로·골목 할 것 없이 자리 싸움

21일 오전 대구 중구 동인동 시청 본관 주차장엔 민원을 보러 온 시민들의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주차장 관계자는
21일 오전 대구 중구 동인동 시청 본관 주차장엔 민원을 보러 온 시민들의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주차장 관계자는 "오전 9시만 돼도 주차장이 만차라 장시간 기다리는 민원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임재환 기자

2026년 건립을 앞둔 대구시 신청사 예정지 일대는 현재도 통행 혼잡과 주차난을 겪고 있다. 앞으로 신청사가 들어서면 출퇴근 차량과 방문 민원으로 교통 문제는 더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 좁은 도로에 통행 차량만 수십대…도로 확장 불가피

21일 오후 2시쯤 대구 당산로에서 감삼초 네거리 방면.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들이 빠져나가자 금세 또 차량들이 몰렸다. 이 가운데 일부는 꼬리물기로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에 올라서기도 했다. 주민 A(63) 씨는 "도로는 좁은데 차량은 많이 다닌다. 횡단보도로 올라온 차들 때문에 보행에 불편을 겪을 정도다. 도로를 확장해 한 개 차로에 몰린 차들을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청사 부지 인근의 도로들은 하나같이 좁다. 신청사를 둘러싼 네 개 도로 가운데 당산로 30길은 왕복 2차로, 당산로 36길은 왕복 3차로에 불과하다. 달구벌대로와 연결된 당산로는 왕복 4차로다. 야외음악당로는 왕복 5차로이지만, 한 차로는 화물차가 차지하고 있다.

좁은 도로에 차량은 넘친다. 대구시에 따르면 감삼네거리~신청사로 진입하는 당산로 200m 구간의 경우 출근 시간(오전 8~9시) 기준 통행 차량이 2천80대(양방향)다. 같은 시간 달구벌대로는 1만2천 대다. 신청사 건립으로 달구벌대로의 차량이 신청사로 몰리면 교통혼잡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대구시는 내다봤다.

20일 오후 6시쯤 대구 달서구 신청사 인근 당산로.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정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임재환 기자
20일 오후 6시쯤 대구 달서구 신청사 인근 당산로.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정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임재환 기자

주민들은 신청사 부지 인근 도로를 '신호대기 중인 도로'라고 표현했다. 당산로 앞에서 칼국숫집을 하는 B씨는 "가게에서 밖을 볼 때 차량이 없는 걸 본 적이 없다. 출퇴근 시간에 꽉 밀린 차량들이 특히 많다"고 말했다.

골목 도로는 교행이 힘든 상황이다. 밀집 주거지역에다 다세대 주택이 많아 출근 시간에는 원만한 통행이 어렵다. 인근의 감삼초 관계자는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직장인들도 출근하기 때문에 골목 곳곳에 세워진 차량들이 한꺼번에 도로로 나온다. 신청사까지 건립되면 학생들의 등교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차량 유입 요인이 곳곳에 있다. 당산로36길을 사이에 두고 신청사를 마주하게 될 곳에 333가구 규모의 공동주택(2022년 12월 준공 예정)이 들어선다. 바로 옆은 433가구 아파트 건축을 위해 주택이 철거된 상태다.

주진입로도 문제다. 대구시는 애당초 신청사 주진입로로 당산로를 확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유지 보상비 부담이 커 야외음악당로를 주진입로로 가닥을 잡고 있다. 문제는 야외음악당로로 진입하기 위해선 두류네거리~두류공원로를 거쳐야 하는데, 기존 이월드 진입 차량이 많아 이 구간의 혼잡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신청사 인근 이면도로와 골목길에는 낮 시간이었지만 곳곳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임재환 기자
신청사 인근 이면도로와 골목길에는 낮 시간이었지만 곳곳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임재환 기자

◆ 시간 구분 없이 곳곳엔 주차 싸움

신청사 부지 일대는 낡은 주택이 많다. 다세대 주택과 빌라, 원룸 등으로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지난 20일 오후 8시쯤 두류동과 감삼동 일대 주택가는 차량들이 골목과 도로 구분 없이 무분별하게 주차돼 있었다. 낮에도 다를 건 없었다. 직장인 차량이 빠진 자리에 또 다른 차량이 주차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C(70) 씨는 "가족이 찾아와도 주차할 데가 마땅하지 않다. 매번 가게 근처를 돌다가 결국 다른 동네에 주차한다. 낮 시간에도 골목 곳곳엔 차량들로 가득하다. 주차장 자리 싸움하다 이웃과 안 다투면 다행이다"고 말했다.

당산로36길의 야외음악당로~당산로 구간 내 한 개 차로는 주민들 차량이 점거했다. 또 야외음악당로는 두류공원 측 차선에 화물차량이 일렬로 주차돼 있다.

공영주차장도 마땅치 않다. 달서구에 따르면 신청사 부지 반경 1㎞ 안에 공영주차장은 5곳으로 171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한 곳(62면)은 신청사 부지를 임시 공영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어 청사 건립 후에는 폐쇄될 예정이다.

인근 아파트 경비원 D(75) 씨는 "오래된 아파트라 주차 차단기가 없다. 외부 차량도 수시로 드나들어 매번 주민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달서구는 청사 내 약 6천 면의 주차면을 대구시에 제안했다. 반면 대구시에선 예산을 이유로 약 1천600대(지하 770대, 지상 800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사만 고려해 주차면수가 정해질 경우 주변 난개발(빌라, 원룸, 상가)로 인한 주차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감삼동에서 40년 동안 거주한 E(66) 씨는 "몇 년 전에도 병원과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이 들어오면서 주차난이 심해졌다. 건립될 청사에도 주차장이 조성되겠지만, 민원인들이 동네 곳곳에 주차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대구시가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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