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쟁점 법안은 막 밀어붙이고 ‘빚 대물림 방지’는 공약 타령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민법을 개정해 미성년 상속인의 부모 빚 대물림을 막겠다"고 공약했다. 어린 아이에게 부모의 빚을 떠안기는 것은 문명국가에서 용납할 수 없는 횡포다. 당장 '빚 대물림 방지법'을 마련해야 한다. '대선 공약'까지도 늦다.

2020년 4·15 총선에서 거대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자기네 입맛대로 법안을 밀어붙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제정할 때 민주당은 '공수처장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야당의 거부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개정안'을 만들어 야당의 추천위원 거부권을 박탈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는 법사위 반대 토론 한 번 듣지 않았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등도 체계·자구 심사 법률안에 대한 숙려 기간 5일 등 국회법 절차를 생략하고 통과시켰다.

'임대차 3법'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법률안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야당의 반대 속에 여권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야당의 요청을 무시해 놓고는 "시급성을 고려해 다수결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2020년 7월 대한민국 의회 역사상 역대급 액수인 35조 원의 3차 추경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여(巨與)의 입법 독주'라는 비판을 넘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마저 등을 돌릴 정도였다. 논란이 많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노동이사제 등도 일사천리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거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민주당은 자기 진영 입맛에 맞거나 '정권 호위용' 법안은 국민 찬반이 엇갈리고 현장과 시장에서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되더라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그러면서 정작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 법안인 '미성년 상속인 부모 빚 대물림 방지법'은 대선 공약으로 내건다. 그 좋아하는 패스트트랙, 임시국회를 이럴 때는 왜 동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러면서 국민을 위한다고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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