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제 기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비슷한 사업이 반복되는 데다 지자체가 주민 이름을 빌려 추진하는 무늬만 참여 사업까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대구시와 8개 구·군에 따르면 올해 대구의 주민참여예산사업은 총 563개다. 예산은 180억원(시비)에 달한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예산 낭비나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을 없애기 위해 주민이 직접 예산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로 매년 3~4월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업을 선정한다.
문제는 주민참여예산으로 진행하는 사업이 매년 비슷해지면서 신규 사업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구시 8개 구‧군 주민참여예산 선정사업을 분석한 결과 ▷방범‧불법 투기 폐쇄회로(CC)TV 설치 등 복지안전 사업 29% ▷교차로 알림이, 도로포장 등 교통사업 27% ▷쓰레기 불법투기 CCTV, 보도블록 교체 등 환경수자원 사업 24% 등의 순이었다.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출된 8개 구‧군 주요 사업 키워드 역시 CCTV, 쓰레기, 교차로, 불법 투기 등이 꼽혔다. CCTV, 안전펜스, 가로등 설치 등 일부 사업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데다 매년 같은 사업이 반복되는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이 본래 취지와 달리 '관(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주민참여예산으로 개인, 단체 위주의 민원을 해결하거나 각 지자체가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구의회 이경숙 구의원은 제275회 제2차 정례회에서 "주민 이름을 빌려 주민참여예산제로 의회로 들어오고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진짜 주민참여예산에 주민들이 여럿이 모여 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답변한 중구청도 "꼭 해야겠다고 하는 사업은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주민참여예산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고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주민참여예산 편성을 억제하기 위해 사후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관에서 선호하는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거나 일부 시민단체의 요구에 예산을 배정해주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사업 진행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예산 과정에 주민 참여를 확대하려다 보니 사업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며 "예산낭비신고 모니터링을 통해 내실화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위해 노력하겠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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