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떻게 보냈어? 별일 없는 거지? 이따 갈게. 우리 또 같이 놀자!"
찾는 책이 있어 이리저리 책장을 들추다 그림책 '하루거리'의 뒷표지 문구에 눈길이 꽂혔다. 오늘은 어떻게 보냈는지, 별일은 없는지, 안부를 묻는 그 말이 유난히 찡하다. 벌써 3년째 접어든 팬데믹에 온 세계가 지쳐 가는데 이젠 또 오미크론 변이에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니 모두의 안부가 걱정인 요즘이라 그런 것 같다.
하루거리는 말라리아의 일종으로 학질을 부르던 옛말이다. 별안간 춥고 으슬으슬 떨리는 몸살 같은 병인데 꼭 하루걸러 도지는 병이라 하루거리라고 불렀단다. '하루거리'에는 오늘 괜찮다가도 다음 날이면 또 오들오들 꼼짝 못하고 아픈 아이 순자가 등장한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동생들과도 뿔뿔이 흩어져 큰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아이다.
밤낮없이 일만 하다 시름시름 앓는 순자를 보며 동네 아이들은 다가가 말도 걸고 물 좋은 약수터에 데리고 가 물할머니, 물할아버지에게 빌어주기도 한다.
"순자 몸이 덜덜 떨려서 꼭 설맞은 닭 같습니다. 좀 낫게 해주세요." 그러고는 순자에게도 잘 따라 빌었냐고 묻는데 순자는 낫게 해달라고 빌기는커녕 죽게 해달라고 빌었단다.
"얘들아, 순자가 아파서 아주 죽겠나 봐!" 친구의 고약한 병을 위해 이제 아이들은 별의별 묘수를 강구한다.
하루거리는 예전에 가난하고 굶주리던 아이들이 많았던 시절의 병인데, 작가가 자신의 할머니 어릴 적 이야기를 듣고 만든 이야기라고 한다. 어느 부분에서는 아이들의 익살에 웃음이 나고 어느 부분에서는 먹먹한 장면에 울컥하기도 한다. 새삼 이 책이 각별히 다가온 것은 아프고 힘든 친구를 보듬어주고 걱정해주는 동네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마음일 것 같아서다. 오늘은 어떻게 보냈는지, 별일은 없었는지, 안부를 묻고 모두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
국제 통계사이트의 집계에 의하면 지난 1월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8천4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1918년 발발한 '스페인 독감' 대유행 이후 거의 100여 년 만에 단기간으로는 가장 많은 환자를 발생시킨 질병이라며 여러 매체에서 앞다투어 보도한다. 몇 번째인지도 모를 또 한 번의 큰 고비를 우리는 넘어야 하나 보다. 동네 아이들이 순자에게 그랬듯 우리 모두를 보듬고 우리 삶을 따뜻하게 해 주는 묘약은 관심과 배려,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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