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비 소식' 55일째 감감…농장주 "속탄다 속타"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역대 네 번째 최장 기간
나흘 뒤 강수 여부에 따라 최장기간 경신할 수도
강수 의존하는 노지재배 작농 어려움 호소

극심한 가뭄에 청도 운문댐 저수율이 역대 최저치인 11.2%까지 내려가 식수 및 농업용수에 비상이 걸렸다. 7일 물이 빠진 운문댐이 중류권까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극심한 가뭄에 청도 운문댐 저수율이 역대 최저치인 11.2%까지 내려가 식수 및 농업용수에 비상이 걸렸다. 7일 물이 빠진 운문댐이 중류권까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에 역대급 겨울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농장주들은 수분 조절이 필요한 식물들이 고사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9일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대구에서 지난해 12월 16일 0.1mm가량 비가 내린 후 55일 동안 비나 눈이 내리지 않았다. 55일은 대구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래 역대 네 번째로 긴 '가뭄' 기간이다. 최장 기간은 2006년 12월 10일부터 2007년 2월 7일까지 60일이다.

이번 겨울 가뭄은 유별나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간 대구의 총 강수량은 0.1mm에 불과하다. 전년 같은 기간 강수량 14.7mm과 비교해 확연하게 줄었다. 평년 강수량 37.3mm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상청은 역대 최장 무강수 일수를 기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나흘 뒤인 13일 강수 확률이 60%로 예보됐지만, 저기압의 위치와 이동속도 변동으로 비 소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대구는 기후 통계적으로 비와 눈이 적은 지역인데, 최근 두 달이 심했다"며 "0.1mm를 기록한 12월 16일을 제외하고 눈날림과 비 등 8번의 강수가 있었지만, 통계적으로 기록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수량이 적었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겨울 가뭄에 농장주들은 작농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인공으로 수분 조절이 가능한 하우스 시설과 달리 노지재배는 강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구의 한 편백나무 농장주 A씨는 "겨울에는 평소보다 수분이 많이 필요하지 않지만, 이번처럼 비 한 방울도 내리지 않으면 직접 물을 줘야 한다. 한 번 줄 때마다 2~3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만만찮다. 수분 부족으로 나무가 고사할 우려가 있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소 위주로 농장을 가꾸는 B(36) 씨도 "봄이 코앞으로 다가오는데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걱정"이라며 "지난해는 겨울이라도 지하수를 펐을 때 많은 물이 있었지만, 올해는 흙물만 나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보통 6개월을 기준으로 기상 가뭄을 고려한다"며 "현재로선 조만간 봄비가 올 수도 있고,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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