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9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하며 천주교 신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무속 리스크' 탈피 계산도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 대주교와 만나 "희생과 헌신을 통해 늘 거듭나야 한다는 말씀을 지금껏 새기고 있다"며 "20대 때 명동성당에서 배운 마음가짐이 평생의 신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는 "40여 년 전 명동성당을 본당으로 해서 영세(領洗)도 받고, 검사생활 전까지 10여 년간 매주 일요일에 와서 주교님(故 김수환 추기경)의 좋은 말씀을 듣곤 했다"며 천주교회와 인연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대학 재학 시절 세례성사를 통해 '암브로시오'라는 세례명을 받았으며, 대부(代父)는 법대 1년 선배인 백윤재 변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주교는 "코로나19로 국민 모두가 힘든데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이 더 힘든 상황"이라며 "그분들의 목소리를 더 경청하는 정치를 펼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3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에서 '생명과 자유·존엄을 존중하는 정치가 될 때, 정치는 사랑의 탁월한 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했다'고 한 것을 인용, "좌우를 막론하고 성실하게 살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윤 후보의 이날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 씨를 둘러싼 무속 의존 의혹이 도마에 오르자 이를 불식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김은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은 일정 전 "서울대교구는 한국 천주교회의 중심 교구이며, 서울대교구장은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직하기도 한다"며 "윤 후보는 언제나 약자 편에서 통합의 길을 보여준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돌아보며, 정 대주교가 신년사에서 밝힌 '시노드 정신', 즉 현안이 발생했을 때 교회에서 함께 토론하고 해결하는 정신을 본받아 대화와 통합의 길, 그리고 약자 편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행보로 그 뜻을 이을 것을 다짐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붙였다.
한편, 윤 후보가 천주교계 인사를 만난 건 올 들어 처음이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20일 대구에서 열리는 당내 경선 토론회를 앞두고 대구 중구 천주교 대구대교구청을 방문해 조환길 대주교를 예방했다. 그리고 지난해 성탄절에 명동성당 자정미사에 참석한 바 있으나 정 대주교와 별도 시간을 갖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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