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200억 원을 들여 지은 '대구 노사평화의전당'이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 최초의 노사 상생 모델 거점 공간'을 표방하며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지만 이후 3개월간 이용객이 하루 평균 15명꼴이라고 하니 민망한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세와 도심에서 거리가 먼 입지적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부진한 운영 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 노사평화의전당은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 내 1만6천500㎡ 부지에 연면적 5천169㎡,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지어졌다. 노동산업역사관, 교육모의체험관 등을 갖추고 있으며 노동 관련 각종 기획전 및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개관 기념행사로 노사상생평화미술전이 한 달간 개최된 것 말고는 이렇다 할 기획 행사가 눈에 안 띈다. 커뮤니티 게시글도 운영자 공지 사항 몇 건이 고작이다.
대구 노사평화의전당의 부진한 출발은 진작부터 예고된 일이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사 상생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면서 대구시가 노사평화의전당 건설 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회의적 반응이 많았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는 '노사 평화'라는 이름 자체와 평화의전당 운영 취지가 노사 관계에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운영 주체에 대한 논란 때문에 대구시가 직영하는 것으로 결정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지역 노동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도 실패했다. 관공서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노동계와 노동자들의 관심을 못 끌어내면 문을 열어 봤자 파리만 날릴 수밖에 없다. 섣부른 단정일지 몰라도 이대로라면 대구 노사평화의전당은 운영비 혈세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노사평화의전당 같은 시설물을 번듯하게 짓는다고 해서 대구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구는 중소·영세기업 근로자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급여 수준도 전국 최하위권이다. 타 지역과 비교할 때 노사 분규가 그리 심각하다 보기 어렵다. 노사평화의전당과 같은 하드웨어보다는 노동정책 같은 소프트웨어가 우선이다. 기왕 지어 놓은 시설인 만큼 노사평화의전당을 제대로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 대구시와 노·사가 중지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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