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2월 18일은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날이다. 당시 대구는 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가 급증했다. 방역과 의료 인력이 최일선에 나섰지만, 병상은 모자랐고 사망자는 늘었다. 환자는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시작해 요양시설과 병원 등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시민들은 일상을 멈췄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사라졌다.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학교 개학도 늦춰졌다.
두 해가 지났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대구에서만 하루 4천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지난 2년간 누적 확진자는 6만7천 명을 웃돈다. 코로나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400명을 넘었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전례 없이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다시금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시대. 방역·의료 체계가 확진자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확진자는 병원이 아닌 집에 머물러야 한다. 60세 이상이나 50대 이상 기저질환자가 아니면 건강 상태를 스스로 살펴야 한다. 해열제와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필요한 물품도 본인 돈으로 준비해야 한다. 증상이 없는 감염 의심자가 동네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때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접촉자에 대한 역학조사는 종료됐고, 자가격리자 관리도 자율에 맡겨 놓았다.
2년 전을 되돌아보자. 코로나19 극복의 희망이 있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전국 각지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달려왔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부와 자원봉사를 했다. 정성을 모아 마스크와 방호복을 마련했다. 식당 주인은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 병원으로 보냈다.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의료진에게 전달했다.
어떤 건물주는 고통을 나누고자 임대료를 낮췄다. 모은 용돈으로 마련한 생필품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전달한 중학생도 있었다. 전라도 등 다른 지역 주민들도 구호 물품을 보내왔다. 이후에도 시민들은 각자 마스크 착용과 자발적 거리 두기 등 헌신과 참여를 통해 위기를 이겨왔다.
길어진 코로나19 사태에 시민들은 지쳤다. 자영업자들은 더는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고 호소한다. 정부의 방역 정책을 따랐지만, 되돌아온 건 생계 위협이었다고. 일상생활을 침해받고, 영업시간을 줄였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지 않았다. 섣부른 일상 회복과 다시 강화한 거리 두기 등 오락가락하는 방역 정책에 불신과 혼란이 커졌다. 정부가 방역에 손을 놓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진짜 문제는 헌신과 희생, 참여, 연대라는 말이 점점 사라진다는 점이다. 자신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그야말로 자력구제가 시민들의 자구책이 돼 가고 있다. 이 같은 생각과 행동은 코로나19라는 재난이 남긴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다. 지난 IMF 외환위기 이후 사회경제적인 제도 변화는 물론 사람들 의식이 바뀐 것처럼, 공동체 의식과 생활문화가 점차 각자도생 방식으로 황폐화해 간다.
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추경 예산을 두고 국회와 씨름할 것이 아니라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방역과 의료 투자 계획은 물론 코로나19로 망가진 서민 경제에 대한 해법도 세워야 할 위기 상황이다. 정권 말이라는 핑계를 대선 안 된다. 정부는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지체 없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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