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의 가장 번화한 상권인 동성로 일대는 많은 시민들의 추억이 묻어 있는 곳이다. 1980년대 대학 시절, 만남의 출발은 으레 동성로 중심에 자리 잡은 대구백화점 본점에서 시작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하루 유동 인구가 100만 명이 넘는다는 주장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야간 통행금지마저 없어져 대구의 동성로는 한밤중을 넘어 새벽까지 오가는 시민들이 끊이지 않았다.
요즘 동성로 일대와 대구 도심의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대유행 탓이 크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에도 동성로 일대는 밤 10시 이후 파장 분위기가 역력했다.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인해 '먹고 죽자(?)'는 분위기가 늦은 밤과 새벽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언젠가 물러가겠지만, 동성로의 활기찬 옛 모습은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동성로 일대 대구 도심은 바로 '대구의 상징이자 역사' 그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쇠퇴를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사람이 머물고 살지 않는 곳은 역사의 뒤안길로 가기 마련이다.
상권의 쇠퇴로 인해 동성로가 시대 변화에 발맞춰 새롭게 변신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설적이다. 동성로 상권의 핵심이었던 대구백화점 본점 부지가 고급 주거시설을 갖춘 복합건물로 개발될 전망이라고 한다. 2017년 이후 오피스텔과 생활형 숙박시설이 속속 도심에 건설되었고, 현재 공사 중에 있으며, 올해 상반기 분양을 앞둔 곳도 여럿이다. 대략 5천 가구 규모가 공급될 예정이라는 분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활 패턴은 주거와 업무, 상업, 문화 시설이 융합된 복합생활공간을 지향한다. 대구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는 동성로를 포함한 대구 도심이 새롭게 재탄생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보존과 개발의 균형감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눈앞의 경제적 이익에 집착해 대구 도심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파괴하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대구 도심 거주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일상생활의 편의성과 함께 역사와 전통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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