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포스코와 맞닿은 송도해수욕장은 한때 남한의 명사십리(明沙十里·북한 원산의 해수욕장)라 불릴 정도로 경상북도의 대표적 해수욕장이었다. 해수욕장 앞바다는 멀리 70m까지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크지 않은 곳이었다. 예전에는 강원도 화진포에서 울산 구간에 있던 해수욕장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명소이기도 했다.
그래서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 등 전국에서 여름엔 해수욕객, 다른 계절에도 찾는 이들이 넘쳐 날 정도로 관광 명소였다. 이런 해수욕장 바로 옆에 고(故)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은 제철보국(製鐵保國)의 일념으로 포항제철을 세웠다.
지금도 포스코 인근의 해도동, 송도동 일대 주민들은 웬만해서는 창문을 열어 놓지 않는다. 미세한 쇳가루가 집 안에 날려 빨랫감이 더러워지고, 창틀도 시커멓게 되기 때문이다. 가끔씩 매캐한 냄새도 난다. 이처럼 포스코는 포항 시민들의 희생과 사랑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박태준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1968년 포항제철을 지어 세계적인 회사로 키운 것은 물론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초석을 놓았다.
이렇게 성장한 포스코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기업 구조를 확 바꾸려 한다. 그 배경에는 투자형 지주회사를 설립해 철강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탈피하고 철강 이외의 신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철강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가 지주회사(상장사 6곳, 비상장사 160곳) 역할을 맡았다. 별도 지주회사(포스코홀딩스)가 설립되면 포스코는 철강 사업을 담당하는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된다. 포스코는 3월 출범할 지주회사 본사를 서울에 두려고 한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을 연구하며 지주사의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미래기술연구원도 서울에 문을 열었다. 이른바 포스코의 무게중심을 서울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국내외 우수한 스타급 인재들이 지방으로는 내려오지 않으려 하고 편리한 정주 여건을 원하는 우수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지주회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을 서울에 둔다고 밝혔다.
물론 서울과 수도권이 인재 유치에 쉽다. 그렇다고 경쟁력 있는 기업, 연구소, 대학이 모두 서울에 존재해야만 한다면 '서울공화국'이 필요하고 대한민국의 지방은 서울의 들러리요 서울의 '머슴 노릇'만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포항, 구미 같은 공업 도시는 부침이 심하다. 국토부의 소멸 도시 예측 조사에서도 두 도시는 가장 쉽게 외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조선 도시 스웨덴 말뫼, 미국 최대의 자동차 도시 피츠버그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그 도시의 핵심(앵커) 기업이 빠져나갈 경우 40만, 50만 도시는 순식간에 소멸할 수 있다.
포스텍, 카이스트가 지방에 있다고 인재가 오지 않는가. 경쟁력만 갖추면 소재지가 아무리 지방이라 해도 인재는 모여들기 마련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본사의 위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전기자동차 1위 업체 테슬라(Tesla)의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팔로 알토에 있다.(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전 계획) 마이크로소프트(MS)의 본사는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 워싱턴주의 시애틀에 있고, 애플(Apple) 본사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다.
포항에 건설된 포스코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도 없을 것이다. 정부는 균형발전 의지를 보이고, 포스코는 포항 시민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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