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야권 단일화 제안을 철회하자 당혹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간 정권 교체를 목표로 야권 단일화 논의를 비교적 원활히 이어왔다고 자부했던 만큼 안 후보의 '마이웨이'를 두고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는 시선과 탐탁찮은 심기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20일 오후 국회 브리핑에 이어 기자들에게 "사실 안 후보의 오늘 기자회견은 저희로선 상당히 의외였다"고 밝혔다.
선대본부는 윤석열 후보와 참모들이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이후 여러 경로로 진정성 있게 응했다며, 걸맞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물밑에서 상당 수준 공감대를 이뤘다고 보는 일부 인사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안 후보가 회견에서 "윤 후보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며 책임을 넘긴 것이 마뜩찮은 모양새다.
선대본부 한 관계자는 "안 후보의 시각이 미숙하고 극단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다. 균형 감각을 상실했든지 전형적인 구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중진 의원도 "안 후보와 그동안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왜 대화할 가치가 없다고 하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과 교감하면서 야권 단일화 의지를 꺾었거나,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했던 부인 김미경 씨가 퇴원한 뒤 그의 영향으로 노선을 급변경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놨다.
이 후보 측 고위 관계자와 안 후보가 만났을 것이라 추정하는 시점이나, 김 씨가 퇴원한 날을 전후해 안 후보 측 기류가 달라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의힘 선대본부 측은 '지지율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대선이 임박할수록 양강 후보에게 지지층이 더욱 결집하며 제3지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 후보 지지율이 5% 안팎으로 내려앉을 경우 단일화 필요성도 약화할 전망이다.
윤 후보의 한 특보는 "단일화 시 자기한테 정치적으로 기회가 열릴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안 후보 캠프에서 이탈할 수 있다. 오늘 회견은 안 후보 지지율이 더 빠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후보는 당분간 단일화 언급을 피하고 자력으로 이재명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국민에 의한 야권 강제 통합이라면 모를까 더는 안 후보에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선거운동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단일화 문을 아예 닫아버린 것은 아니다.
이 수석대변인은 "정권 교체를 요구한 국민께 실망을 드려선 안 될 것이다. 정권 교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은혜 공보단장도 "애초 단일화 목적은 정권 교체다. 잠시 냉각기를 갖더라도 이대로 끝은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투표용지 인쇄일(28일)이나 사전투표일(3월 4∼5일)을 넘어 대선 전날(3월 8일)까지도 야권 단일화 이슈가 완전히 잦아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이 단일화 협상 2탄을 준비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사망할 것을 알기 때문에 뭔가 도모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KBS에 출연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안 후보가 유세버스 사고로 숨진 고인의 유지를 들어 완주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고인이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나", "국민의당 유세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 써놓고 가시나"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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