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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지도자는 왜 정직해야 하는가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 게티이미지뱅크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은 16대 대통령 링컨이다. 링컨은 어떤 상황에서도 속이지 않는 정직한 이미지로 승부했다. 1834년 일리노이주 의회 의원 선거에 나선 링컨은 공화당으로부터 당시로선 거액인 200달러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그는 선거 후 당에 199달러 25센트를 되돌려 보냈다. 그가 쓴 편지엔 이런 내용을 담았다. "선거 연설을 위해 사용한 장소 비용은 내 돈을 썼다. 내 말을 타고 다녔기 때문에 교통비는 전혀 들지 않았다. 다만 함께 선거운동을 한 노인들이 목말라해 음료수를 사서 나눠 먹는 데 75센트를 썼다." 그러고선 사용한 '75센트 명세서'를 첨부했다. 당은 전례 없는 일에 당혹해했고 국민들은 그가 돈을 쓰지 않고도 당선된 사실에 놀랐다. '75센트 명세서'는 그를 정직한 정치인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일부 국민을 항상 속일 수 있고, 또 모든 국민을 잠시 속일 수 있지만 모든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그가 남긴 명언은 2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유효하다.

미국 사회에서 한번 '거짓말쟁이'(liar)로 찍히면 끝장이다.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의 주역 닉슨이 임기 중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것도 거짓말 때문이었다. 닉슨은 도청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I am not a crook)고 항변했다. 하지만 닉슨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징후가 봇물을 이뤘다. 국민은 이를 '나는 사기꾼이다'로 받아들였다. 그의 정치생명은 끝났다. 대통령직이 끝났을 때 링컨의 별명은 '정직한 에이브'(honest Abe)였고, 닉슨의 별명은 '라이어'(liar)였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의원은 거짓말이 들통나면 모든 것을 잃는다. 2019년 6월 크리스 데이비스 하원의원이 그랬다. 그는 2015년 총선 경비를 정산하며 영수증을 위조해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 데이비스는 '순수한 실수'(honest mistake)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거짓말로 봤다. 데이비스가 부당 청구한 금액은 우리 돈 114만 원(700파운드) 상당이었다. 그에 앞서 피오나 오나산야 노동당 의원 역시 의원직을 잃었다. 그의 차가 제한속도 48㎞인 도로에서 66㎞로 달렸다가 과속 통지서를 받았는데 오나산야는 자신이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영국 첫 흑인 여성 총리의 꿈도 사라졌다.

선진국일수록 국가 지도자의 거짓이나 국민 세금 사용(私用)에 엄격하다. 지도자가 거짓을 말하거나 공금을 사적으로 쓴 사실이 들통났을 때 국민은 분노한다. 정치생명도 거기서 끝을 낸다. 그래서 그런 일이 희귀해진다.

자칭 선진국이라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검사도 아니면서 검사라고 거짓말을 했다가 적발돼 처벌까지 받은 인물이 버젓이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이분'은 심지어 하루에 점심 9번, 저녁 9번 식사 모임을 했다며 법인카드를 긁었다. 그 집안 살림을 위해 5급·7급 공무원이 장보기·음식 배달 같은 온갖 잡일에 동원됐다. 총리가 직접 장을 보러 다니는 선진국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러니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특집 기사에서 "지금 서울에서는 엘리트들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는 쇼가 진행되고 있다"고 비아냥댄다.

정치 지도자는 왜 정직해야 하는가. 철혈 재상이라 불리는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남긴 말은 시사적이다.

"나는 말에 대한 신뢰를 얻는 것을 최상의 관심사로 여긴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의 가장 중요한 행동 수단을 박탈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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