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에서 소규모 부품공장을 운영하는 A(65) 씨는 올해 들어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이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 2020년부터 A씨가 은행권과 대구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빌린 원금은 7억원이고, 매달 이자로 나가는 돈만 230만원이다. 인건비 등 각종 운영비를 제하면 적자 운영에 가깝다.
A씨는 "최근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미 한계치까지 대출을 끌어당겼지만, 광물 등 원자재값 인상 때문에 조업을 이어나가려면 추가 대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빚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자영업자들
코로나 충격으로 소득이 급감한 대구 자영업자들은 지난 2년간 '빚내서 버티기'를 하고 있다. 대출 만기는 다가오는데, 좀처럼 경기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으면서 잠 못 이루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서비스업과 개인사업체 비중이 높은 대구 산업구조는 코로나 피해에 취약한 원인이 된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대구지역은 GRDP(지역내총생산) 중 서비스업 비중이 72.6%로 전국(63.2%) 대비 높은 편이다. 개인사업체 비중 또한 84.1%로 전국(78.5%) 시도 중 가장 높다.
코로나로 비제조업 업황이 나빠지며 재작년 대구 사업소득 증가율은 -7.5%를 기록했는데, 전국(-6.1%) 대비 감소 폭이 컸다. 충격을 못 버틴 지역 자영업자는 지난해 4만5천 명 급감했다.
대구 중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56) 씨는 2020년 2천만원의 대출을 받았고, 오는 4월 만기를 앞두고 있다.
B씨는 "기존 대출이 많아 코로나 대출은 가능한 만큼 받았다. 갚아야 하는 돈이지만 2천만원이나 되는 목돈을 한 번에 상환하기엔 부담이 크다"며 "이번 달만, 이번 분기만, 올해만 하면서 버텼는데 여전히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성로에서 옷가게를 하는 C씨도 코로나 이후 두 차례에 걸쳐 2천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C씨는 "월세가 300만원이라 1천만원 대출을 받아도 3개월 지나면 돈이 금방 사라진다. 만기 연장이나 이자 유예도 잠깐이지 큰 효과는 없다"며 "이 자리에서 15년을 장사했는데 남은 건 빚만 1억원이다. 언제까지 영업해야 하나 고민 때문에 잠도 안 온다"고 토로했다.
◆5곳 중 한 곳 빈 점포…권리금마저 사라져가는 동성로
코로나 사태가 2년 넘게 계속되면서 대구의 핵심이자 대표 상권인 동성로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공실률이 크게 치솟는가 하면, 권리금을 못 받고 폐업하는 가게도 늘고 있다.
지역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성로에는 '무(無)권리금'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동성로상가연합회 관계자는 "권리금이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약해졌다. 아예 권리금을 포기하는 곳도 많다"며 "예전에는 핵심 골목에 빈 점포가 나오면 바로 다른 기업이 치고 들어왔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으니 권리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발생 이전 동성로 상권의 공실률은 1~2%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20%를 넘었다. 5곳 중 한 곳은 빈 점포라는 얘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연도별 4분기 동성로 공실률은 2015년 2%, 2016년 1%, 2017년 3.8%, 2018년 2.3%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 22.9%로 치솟은 공실률은 2분기 22.7%, 3분기 22.5%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공실률 10.9%(지난해 3분기)의 2배가 넘는다.
동성로에서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D씨는 "장사를 시작할 때 시설 권리금에만 못해도 1억원이 들어간다. 그런데 요즘은 무권리로 내놔도 점포가 안 나간다"며 "임대기간을 못 채우고 나가는 사람도 있다. 권리금은 고사하고 전세금을 못 받을까 6개월치씩 월세를 미리 주고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성로 한 중개업소 대표는 "중심 브랜드 거리에는 공실이 나도 금방 채워졌는데 지금은 빈 곳이 많다"며 "잘되는 곳은 잘되지만 죽은 골목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연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정점을 찍으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말을 하지만, 자영업자에겐 와닿지 않는 얘기다.
동성로 한 카페 대표 E(53) 씨는 "코로나가 풍토병처럼 되는 데 걸리는 시간 1년, 상권이 회복되는 시간 2년, 손님이 다시 모여드는 시간 2년을 하면 최소한 5년은 지나야 다시 예전처럼 장사가 될 것 같다"며 "문제는 어떻게 버티느냐다. 3개월, 6개월이 아니라 애초부터 상환 유예기간을 2~3년으로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4일 이주열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현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오르더라도 긴축이 아니다"고 말했다. 1.5% 금리까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에 금리가 동결됐다고 하더라도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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