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명·윤석열, 우크라 대사 면담…사태 비춰 상대 후보 비판, 안보 표심 몰이

李 "러 침공 강력규탄" 연대 강조…尹 "결사 항전 지지·응원"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뜻에서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와 직접 또는 화상 면담하고 연대의식을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사태가 대선 정국의 주요 이슈로 부상한 데 따른 '외교·안보 표심' 쟁탈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2일 오후 3시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와 화상 회의 형태로 약 30분 간 면담했다.

이 후보는 포노마렌코 대사에게 "차기 이재명 정부는 평화를 위해 그리고 러시아군의 조속한 철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인류의 평화와 인권이다. 우리나라도 (일제에) 침략당한 아픈 역사가 있고, 국제사회의 큰 도움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일제의 강제 침탈을 겪은 우리 역사를 거론한 것은 우크라이나 국민과의 연대 의식을 강조하는 한편, 최근 윤 후보가 '유사시 일본군 한반도 개입'을 발언한 것을 거듭 비판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이날 이 후보는 면담 내내 러시아를 규탄해, 앞서 TV 토론에서 불거진 '실언'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TV토론에서 "우크라이나에서 6개월 된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했다"고 말했다가 야권의 비판을 산 바 있다.

이튿날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폄하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후보의 불안한 외교·안보관을 지적한 것"이라면서 "본의와 다르게 일부라도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께 오해를 드렸다면 제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사과했다.

2시간쯤 뒤인 오후 5시 30분쯤엔 윤석열 후보도 여의도 당사에서 포노마렌코 대사와 대면했다.

윤 후보는 "저를 비롯해 대한민국 국민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국민들이 일치단결해 러시아에 결사 항전하는 것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며 "대한민국을 비롯한 많은 자유 국가들이 명백히 국제법 위반인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서 규탄하고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약간의 지원을 한 것으로 안다. 그것 이외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전쟁 중에 어떤 물자나 생필품이 필요한지 말씀을 해주시면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책이 미흡하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자신이 당선되면 당선자 신분으로 추가 지원을 주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동시에 신(新)냉전 구도에 걸맞은 리더십을 부각하고 있다. 윤 후보는 '힘을 통한 평화'를 지론으로 펼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안보 위기가 불거지자 이것이 한층 인정받게 됐다는 평가를 국민의힘은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여의도 당사 건물 벽면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조명을 비췄다.

윤 후보는 지난달 28일 이 장면을 담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전쟁이 멈추고 일상이 회복되길"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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