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 직접 읽은 취임사를 따박따박 따져 봤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취임사 함부로 쓰지 말길 바라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 7번째 문단에서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참모들과 머리와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겠습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라고 했다.
대부분 거짓말이 됐다.
우선 청와대에서 나올 준비는 저 당시가 아니라 최근에야 시작한 것 같다. 광화문이 아니라 경남 양산으로 갈 준비 말이다.
그간 참모들과 부지런히 머리를 맞대긴 했다지만, 그랬던 참모들로부터 뒤통수를 거듭 맞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월세 상한제 시행 직전 자기 집 전세금을 올렸다. 솔선수범도 부족할 판에 언행 불일치.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과거 정권의 블랙리스트를 비판하다 저지른 내로남불·도긴개긴. 조국 민정수석·법무부 장관은 부인이 자녀 입시 비리 등에 대해 최종 징역 4년을 선고받는 등 '조국 사태'로 대통령 임기 중후반을 시계 제로로 만들었다.
국민과의 소통도 수시로 한 적 없다. 국민과의 대화는 2019년 11월 19일과 2021년 11월 21일 단 2차례 열렸다. 이걸 김대중 대통령은 네 번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평검사들과도 만나고 최초로 인터넷으로 질의를 받아 답하는 등 파격을 추구했다.
8번째 문단에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습니다.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습니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습니다"라고 했다. 날아간 곳은 저들 도시 말고도 참 많은 것 같은데, "동북아 평화 구조를 정착시킴으로써 한반도 긴장 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습니다"(8번째 문단)라는 말에 대해선 얼마 전에도 발사됐고 며칠 후 또 발사될지 모를 북한 미사일이 지우개가 되고 있다.
가관은 11번째 문단이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표현이다. 이미 너무나 유명해진 문구라 관련 사례들은 생략.
다만, 이 취임사엔 건져서 재활용할 만한 부분도 있다. 12번째 문단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 불행한 역사는 종식되어야 합니다"에서 '대통령'을 '국민'으로 바꾸면 된다. '불행한 국민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 불행한 역사는 종식되어야 합니다.'
지난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인정해 줬으니 뭉뚱그려 국민 모두 선진국 수준으로 행복하다 할 수 있을까.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9번째 문단)라 했지만 국민은 '갈라치기' 정치에 신물이 난다. "소외된 국민이 없도록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항상 살피겠습니다.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 드리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15번째 문단)라 했지만 '생존 절벽'에 몰린 자영업자 등 서민들은 이제 눈물 흘릴 힘조차 없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14번째 문단)라 했지만, 정부 브리핑은 'K-자화자찬'으로 도배됐다.
대통령 취임사는 국민께 취임 선서를 하고 그 증표로 발행하는 5년짜리 어음과 같다. 이게 부도수표 수준이면 국민은 뭐로 보상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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