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대선은 박빙의 승부를 말할 때 단골로 소환된다. 선거 일주일 전 여론조사까지 김대중, 이회창 두 후보의 지지율 차는 1.3%포인트. 일각에선 20만 표 안팎의 표차를 예측하기도 했다.
군인들이 중심인 부재자투표의 열기도 뜨거웠다. 팔도에서 모인 이들은 후보 검증에 열심이었는데, 젊은 층의 야당 지지 성향을 감안해도 다소 일방적이었다. '병역'이라는 금기어가 회자한 탓이었다. 20대 장병들의 기저 심리를 자극하는 소재였다.
고의로 아들을 군대에 안 보냈다는 의혹의 늪은 깊었다. 이 후보는 좀체 빠져나오지 못했다. 아들의 신체 조건인 '179㎝, 45㎏'은 집요하게 먹힌 구호였다. 불공정의 아이콘이 된 이 후보는 39만 표 차이로 졌다. 대한민국 국군장병 숫자보다 적은 수였다.
부재자투표는 2013년 사전투표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대선 당일 투표를 할 수 없는 일반인도 미리 투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투표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2020년 총선에선 26.7%에 이르렀다. 사전투표를 기세 가늠자로 활용하는 까닭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사전투표 독려에 진심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사표 선언'이라는 영상을 올렸다. 이름하여 '사전투표 선언'이다. 그의 '별다줄'(별 걸 다 줄이는) 규칙을 변용하면 우리 국민들은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선거가 혼전 양상을 보일수록 유력 후보들은 심리전에 공을 들이기 마련이다. '공표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 '소수에게만 공유되는 정보'라는 정체불명의 글들이 소셜미디어에 부유하는 때도 지금이다.
국민들의 해석 방식은 다르다. 2012년 대선 당일 점심 무렵 '출구조사 중간 집계 결과'가 그랬다. '문재인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라는 메시지였다. 지지층에게 조금만 더 힘을 내자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메시지에 반응한 건 대구시 내 50, 60대 아줌마들이었다. 점심시간 후 이들의 투표 대열 합류는 박근혜 후보를 향한 80%대의 지지로 나타났다.
김태진 논설위원 nove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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