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엉망일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지난 3일 독일에서 입국한 A(33) 씨는 5일 대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해외입국자라는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 방침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와 함께 오후 5시 이후 투표소에 나왔으나 '거리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은 탓이다. 선거사무원들은 A씨까지 확진자로 간주해 안전거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A씨는 "앞뒤로 선 환자들은 연신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며 "투표 당일날 나온 PCR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는데 해외에서 입국했다는 이유만으로 확진자와 묶여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방역당국이 해외 입국자에게 확진자에 준한 방역 지침을 요구하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7일간 자가격리는 물론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도 확진자와 함께 해야 했다. 이르면 이번 주말 변경된 지침이 나올 예정이지만 심각한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여행객이나 출장자를 포함한 해외입국자는 입국 전 예방접종을 완료해야 하고 입국 전·후 2차례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 7일간의 자가격리 기간이 지나면 격리 해제 직전 받은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외출할 수 있다.
반면 지난달 9일부터 변경된 국내 확진자·접촉자 관리기준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밀접접촉자는 격리 의무 없이 수동감시를 받는다. 수동감시는 스스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면서 증상이 있는 경우 관할 보건소 담당자에 연락해 검사받는 방식으로 사실상 자가격리 면제에 가깝다. 확진자의 동거인 역시 자가격리 면제 대상이다.
이 때문에 재외국민이나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정부의 해외입국자 방역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달 들어 국내에서 세계 최다 수준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해외 입국자에게 이같이 높은 수준의 제약을 두는 것은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한 이용객은 "하루 2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이들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해외입국자에게만 이런 조치를 강요하는 건 형평에 맞지 않고 예방효과도 사실상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해외유입 확진자 수는 지난 1월 2주 차 2천276명에서 3월 1주 차 650명으로 줄었다. 지난 4일 기준 직전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 중 해외 유입 확진자 비중은 0.05%에 불과했다.
정부는 해외입국자 방역 대책을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까지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뒤늦은 대응에 나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28일 접종완료 해외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면제를 검토 중이라 언급하면서 "오미크론 유입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목적은 달성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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