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다."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 뒤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생을 마감하면서 한 말이다. 실패나 불행의 원인을 세상과 남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그 원인이 있음을 통찰하라는 경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3·9 대선에서 잘못 보낸 시간으로부터 보복을 당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자리를 목전에서 놓쳤고, 문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대통령이 됐다.
이 후보의 패인은 문 정부에 대한 심판 탓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과 가족의 잘못 때문이었다. 대장동 개발·재판 거래 의혹, 형수 욕설, 조카 살인사건 변호 등 본인과 관련한 숱한 문제들에다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아들의 불법 도박까지 불거졌다. 더군다나 잦은 말 바꾸기로 신뢰마저 잃었다. 오죽하면 선거 패배 후 "이낙연이었다면…"이란 소리가 나왔겠나. 대통령이 되려는 마음을 먹은 뒤에도 본인과 부인, 아들 관련 문제들을 정리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점에서 대선 패배는 이 후보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또 한 사람이 문 대통령이다. 부동산,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대북정책 등 5년 통치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냉혹한 심판을 받았다. 조국·추미애·윤미향으로 상징되는 내로남불과 독선, 오만으로 정권을 내주게 됐다. 20년, 50년 집권 운운하더니 5년 만에 정권을 잃게 됐다. 편 가르기로 대통령 지지율 40%는 지켰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10년 집권 주기'가 깨지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할 수는 없다. 5년 동안 문 대통령이 시간을 잘못 보낸 탓에 보복을 당한 것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이 후보와 문 대통령 두 사람이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을 당할 일은 더 남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윤석열 당선인에게 대통령 5년 임기란 시간이 주어지게 됐다. 시간을 잘 보내 성공이란 보답을 받을 수도 있고, 잘못 보내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 결국 윤 당선인에게 모든 것이 달렸다. 나폴레옹의 말을 거울삼아 윤 당선인이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분골쇄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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