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시간의 보복 당한 문재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22일 경기도 안산시 문화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22일 경기도 안산시 문화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오늘 나의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다."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 뒤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생을 마감하면서 한 말이다. 실패나 불행의 원인을 세상과 남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그 원인이 있음을 통찰하라는 경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3·9 대선에서 잘못 보낸 시간으로부터 보복을 당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자리를 목전에서 놓쳤고, 문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대통령이 됐다.

이 후보의 패인은 문 정부에 대한 심판 탓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과 가족의 잘못 때문이었다. 대장동 개발·재판 거래 의혹, 형수 욕설, 조카 살인사건 변호 등 본인과 관련한 숱한 문제들에다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아들의 불법 도박까지 불거졌다. 더군다나 잦은 말 바꾸기로 신뢰마저 잃었다. 오죽하면 선거 패배 후 "이낙연이었다면…"이란 소리가 나왔겠나. 대통령이 되려는 마음을 먹은 뒤에도 본인과 부인, 아들 관련 문제들을 정리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점에서 대선 패배는 이 후보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또 한 사람이 문 대통령이다. 부동산,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대북정책 등 5년 통치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냉혹한 심판을 받았다. 조국·추미애·윤미향으로 상징되는 내로남불과 독선, 오만으로 정권을 내주게 됐다. 20년, 50년 집권 운운하더니 5년 만에 정권을 잃게 됐다. 편 가르기로 대통령 지지율 40%는 지켰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10년 집권 주기'가 깨지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할 수는 없다. 5년 동안 문 대통령이 시간을 잘못 보낸 탓에 보복을 당한 것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이 후보와 문 대통령 두 사람이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을 당할 일은 더 남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윤석열 당선인에게 대통령 5년 임기란 시간이 주어지게 됐다. 시간을 잘 보내 성공이란 보답을 받을 수도 있고, 잘못 보내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 결국 윤 당선인에게 모든 것이 달렸다. 나폴레옹의 말을 거울삼아 윤 당선인이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분골쇄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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